사설2-'남조선'명함이 국제화라니

입력 1997-08-21 00:00:00

세상에 웃기는 일도 다 있다.

한 국가의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명함속에 우리가 인정할 수 없는 적성국이 쓰는 '남조선(南朝鮮)'이란 국호를 써서 돌리고도 오히려 "국제화 시대에 맞춰 사용한 것을 문제 삼는 신한국당의주장은 유치하다"고 큰소리치고 있으니 말이다.

문제의 발단은 국민회의 소속 이석현(李錫玄)의원이 최근 미국에서 있은 출판 기념회에 참석, '한국(남조선) 국회의원 이석현'이란 명함을 받은 재미교포가 이 사실을 서울에 알려오면서 불거졌다.

물론 이 사실이 알려지자 병역(兵役) 정국에 몰리고 있는 신한국당은 "'남조선'이란 용어는 반한(反韓) 친북인사나 북한공작원의 용어이기 때문에 이들과 접촉할 의도를 갖지 않았나 의심하고있음을 유념하라"고 몰아쳤다.

이에 대해 당사자인 이의원은 "외국인들을 위해 별도로 제작한 명함에 국호를 영어, 불어등 7개국어로 표기하면서 중국에서는 한국보다는 '남조선'으로 통용되기때문에 편의상 이같이 표기한것"이라 해명하는 한편 국제화 시대에 이것이 무슨 문제가 되느냐"고 당당하다는 것이다.그러나 이러한 이씨의 해명은 무척 궁색하다. 중국 정부나 언론에서조차 92년 한·중 수교이후한국의 국민정서를 감안해서 '남조선'이란 용어를 쓰지 않고 공개적으로는 '한국'아니면 '대한민국'으로 부르고 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기때문에 이의원만 유독 몰랐을리가 없다고 보는게 온당하다. 더구나 "국제화 시대…"운운의 대목에서는 국제화시대니까 국가의 정체성(正體性)을 훼손해도 된다는 것인지 얼른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어쨌든 법대(法大) 출신의 이의원인만큼 이처럼 갖가지 문제가 야기되리라고 미처 깨닫지 못한채이런 짓을 저질렀다고는 믿을수가 없기 때문에 그의 '돌출행동'에 우리는 더욱 관심을 갖고 그귀추를 주시케 되는 것이다. 이 시점 분명한 것은 이 문제는 이의원의 정치 진운(進運)뿐 아니라당 총재인 김대중(金大中)후보의 선거전에도 적잖은 타격을 입힐수 있다는 사실이다. 유독 북풍(北風)에 약한 일면을 갖고 있는 김총재가 색깔 논쟁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시점에 또다시 김총재 비서출신인 이의원의 명함파문은 김총재를 다시 한번 옥죄는 족쇄로 작용할 것임이 분명하다.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면 설령 다른 사람이 '남조선'이라 호칭해도 이를 꾸짖어야할 입장이다. 그런데도 스스로 헌법기관으로서의 긍지조차 버리고 북한이나 친북인물들이 우리의 정통성 훼손을위해 쓰고있는 국호인 '남조선'을 사용한 자신의 경거망동에 대해 이의원은 국민 앞에 머리숙여사죄함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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