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입력 1997-08-21 00:00:00

도박에 눈이 멀면 마누라도 팔아먹는다는 속설이 있을 만큼 그 폐해는 심각하다. 그래서 60~70년대의 단편소설소재로 곧잘 등장, 그 폐해의 실상을 고발하기도 했다. 손가락을 자르고 도박을 끊겠다던 중독증상의 어느 도박꾼은 끝내 그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고 발가락으로 화투장을 다시 쥐게 된다는 얘기에서 도박의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가를 대변해 준다. 이번에 서울지검에서 적발한 도박꾼들은 무려 2백여명으로 그 규모도 엄청나지만 문제는 그 폐해의 실상이 더 큰 충격을주고 있다. 전직 은행지점장부부는 노름빚에 시달리다 못해 전재산을 잃고 끝내 음독자살로 생을마감했다. 구의원(區議員)은 1백억대의 재산을 날렸고 불황으로 자금난을 겪던 어느 중소기업사장은 시중에선 안된다는 어음할인을 해준다는 덫에 걸려 결국 수억원을 날렸다. 게다가 단속해야할 경찰관 2명은 뇌물을 챙기고 망국의 도박판을 눈감아줬다니 윤리도 양심도 없는 막가는 세상을 보는것 같아 정말 안타깝다. 바로 얼마전에 사회저명인사·연예인들의 수백억대 해외도박으로물의를 빚더니 이번의 국내케이스는 도박이 조직화하고 기업화하는 형태로 상당한 지하금융까지형성할 만큼 이미 만연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가족이나 친지들의 만류로 저지할수 있는 한계를 이미 넘어서 있다. 공권력이 아니고선 근절은 물론 확산방지도 기대할수 없다. 이번에 적발된 규모는 10개조직에 판돈만 4백50억원. 이런게 서울에만 1백개가 있을 것으로 검찰은 추정하고있다니 지방이라고 예외일수 없다. 패가망신에서 망국으로 치닫는 도박근절을 위해 일과성이 아닌 지구전성격의 전쟁선포가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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