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데스크-박찬호 신드롬

입력 1997-08-20 00:00:00

박찬호 신드롬이 일고있다. 스포츠 용품점마다 야구용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으며 메이저리그야구용품 전문점도 곧 국내에 상륙한다고 한다.

국내신문·잡지들뿐 아니라 USA투데이등 외국언론 매체들도 앞다투어 박찬호 특집기사를 다루고있다. PC통신에서도 박찬호의 병역문제를 두고 뜨거운 논쟁을 벌이고 있으며 박찬호선수는 한국의 어린 꿈나무들을 위해 1억원을 출연해 장학재단까지 만든다는 것이다.

꿈의 구연(球宴)이라 일컫는 메이저리그에서 12승이란 한국인으로서쾌거가 아닐수 없다. 이대로가면 올해내로 15승은 무난하리라 본다. 정말 자랑스럽고 대견스러운 일이다.

우리국민들은 올해 유난히도 지루하고 짜증스러운 여름을 보냈다. 정치·경제·사회 어느 분야에서도 제대로 풀리는 일이 없었다. 이러한 시점에 박찬호의 잇단 승전보는 우리국민들에게 용기와희망을 안겨주는 청량제가 아닐수 없었다.

▨잇단 승전보 국민들에 희망

국가경제는 한보사건에 이은 기아사태로 대기업들은 물론 많은 중소 하청업체들이 부도위기에 몰려있고 시중은행들까지 빚더미에 올라앉아 국제사회에서의 신뢰도까지 뚝 떨어졌다.게다가 KAL참사까지 빚어 많은 희생자 유가족들은 물론 국민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이같은 와중에서도 여당 국회의원들은 참사현장에서 기념촬영한다고 법석을 떨었으니 이 얼마나 부끄럽고창피스러운 일인가. 대선을 앞둔 여·야 정치권에서는 21세기 국가장래를 위한 비전을 제시하고국가경영을 위한 정책토론을 펼쳐야 하고 국민들이 어렵고 고통을 겪고 있는 교육문제등에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병역기피문제로 여야간 이전투구를 벌이더니 이제는 오익제씨 월북에 따른색깔논쟁으로 상대의 약점을 잡아 말꼬리나 물고 늘어지는 한심한 작태를 보이고 있다.박찬호가 12승을 올리던 날 다저스구장에는 '박찬호를 대통령으로'라는 플래카드까지 등장했다.여야 정치인들이 얼마나 못났으면 이런 플래카드까지 나왔을까.

사실 오늘날 우리의 교육환경과 여건에서 박찬호같은 선수가 나왔다는 사실 자체가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대학입시 위주의 교육제도때문에 우리의 초중고생들은 수업을 마친 후 야구나축구를 하며 뛰어놀 수 있는 시간도 장소도 없다. 방학기간에도 보충수업이나 사설학원 다니기에바빠 자연을 접하고 친구들을 사귈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운 교육현실이다.

▨사회체육시설 투자 늘려야

우리의 교육문제는 국민들이 가장 고통받고 있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의 최우선 과제로 등장했다. 여야 대선후보자들은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정책대안과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대입전형 방법이나 바꾸는 교육정책으로는 안된다. 국민들의 과중한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고 교육시설, 특히 체육시설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려야 한다. 다가올 21세기 세계화시대에 맞춰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교육의 질도 향상시켜야 한다.

교육에 대한 가치관도 바뀌어야 한다. 학벌보다 능력위주로 평가하고 어떤 분야든지 열심히 하면충분한 사회적인 대우와 보장을 받을 수 있고 전문가가 존경받을 수 있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야구전문학교도 생겨나야 한다. 초중고생들을 입시에서 해방시켜줘야 한다. 이들이 마음놓고 공부하고 뛰어놀고 운동하고 자연과 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학교체육시설 뿐 아니라사회체육시설에 대한 투자도 늘려야 한다. 그래야만 제2, 제3의 박찬호 선수를 기대할 수 있다.〈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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