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경수로 착공 이모저모

입력 1997-08-20 00:00:00

○…19일 열린 'KEDO원전부지공사 착공식'은 촉촉한 단비가 내리는 가운데 2시정각에 시작됐다.남북한대표단 뿐만 아니라 미국,일본 등 KEDO 회원국 대표들도 우여곡절 끝에 맺은 결실인지라감회에 젖은 듯 다소 엄숙하고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보스워스 KEDO사무총장은 인사말을 통해 "착공식은 이제 시작임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경수로가 완공될때까지 숱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상호애정과 협력으로 극복하자"고 강조하자 참석자들은고개를 끄덕였다.

○…북한측에서는 허종순회대사, 이제선원자력총국장, 김병기 경수로사업대상국장 등이 착공식에참석했으며 허대사는 인사말을 통해 "미북 제네바 기본합의서와 경수로 제공협정이 이제 실질적인 이행단계에 접어들었다"면서 "북한도 고도의 인내력을 발휘해 핵동결을 완전무결하게 이행할것"이라고 다짐.

그러나 허대사는 경수로 사업과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고 미북관계 틀속에서만 경수로 부지공사 착공의 의미를 찾는 듯한 말을 거듭 밝혀 눈길을 끌었다.

반면 한국의 장선섭경수로기획단장은 "남과 북의 건설인력이 같은 목적을 가지고 오랫동안 같이일한 전례는 분단이래 처음있는 일"이라며 경수로 사업이 남북관계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착공식에서는 경수로건설의 주계약자인 한전의 역할이 두드러졌다. 이날 열린 착공식행사장 뿐 아니라 경수로 부지 곳곳에 한전 이름과 마크가 찍힌 플래카드가 나부끼고 있었다. 이종훈한전사장은 "이곳에 세계에서 유례없는 수준높은 원자력발전소를 세울 계획"이라며 "이 사업을 계기로 남북경제교류가 더욱 활성화되기를 열망한다"고 소감을 피력.

○…북한측의 중앙방송, 중앙통신, 노동신문 등 언론매체는 입북한 한국및 외국기자단과 함께 취재경쟁에 나서 경수로사업에 대한 관심을 표시했다.

북한측은 경수로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경수로사업대상국의 요원들을 대거 착공식행사에 투입해남쪽 대표단을 비롯한 행사 참석자 대부분의 불편이 없도록 배려하는 모습이 역력.

○…이날 착공식은 장단장 등 각국 대표들의 연설에 이어 진행된 기념발파식에 이르러 분위기가절정.

보스워스 총장을 비롯한 KEDO총장단 3명과 집행이사 3명, 이종훈한전사장과 북한측 대표 3명등 총10명이 연단옆에 준비된 발파대에서 동시에 발파스위치를 누르자 원자로가 들어서는 어인봉정상에서는 폭발음과 함께 오색의 화약 연기가 솟아올랐다.

뒤이어 30여발의 축포가 신포 하늘로 울려퍼지자 착공식에 참석했던 3백여명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성을 치며 박수.

착공식 공식행사를 마친 후 북한 허종대표는 "경수로 협정이 드디어 실제 이행단계에 들어서게돼 매우 만족한다"면서 "앞으로 경수로사업이 잘 진행되기를 기대한다"고 소감을 피력.허대사는 그러나 공사장 현장순시에는 참석하지 않은 채 자신의 벤츠 승용차편으로 착공식 현장을 떠났다.

KEDO총장단 등 착공식에 참석했던 50여명은 착공식 공식행사 후 경수로가 들어설 신포 금호지구 어인봉 일대를 둘러보는 등 공사현장을 순시.

박영철 한전 금호원전건설본부장은 진흙땅을 헤치고 전망대에 오른 행사관계자들에게 공사개요와경수로 1,2호기가 들어설 위치 등에 대해 설명.

○…KEDO 대표단은 착공식을 마친후 오후6시부터 2시간여동안 경수로 기술자 숙소인 '게스트하우스' 근처 평양 옥류관 신포 금호지구 분점에서 허종대사등 북측대표단을 초청한 가운데 착공기념 리셉션을 개최.

리셉션에는 남북한 대표단과 경수로 관계자들은 물론 남북한 기자단 등도 함께 어울려 음식을 나누며 편안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의미가 깊었다는게 참석자들 의한결같은 얘기.

○…경수로 신축현장에 파견된 외국인들은 이곳 생활이 못견딜 정도는 아니지만 극단적 고립감으로 매우 지내기 어렵다고 토로.

이들은 작업현장이나 숙소에서 일하는 북측 인원외에는 일체 북한주민들과의 접촉이 허용되지않고 있다는 것.

한 외교소식통은 "심지어 외국인들이 차량으로 여행할때면 볼보 승용차가 이들을 앞질러가며 주민들을 길에서 몰아내 접촉기회를 최소화시키기도 한다"고 귀띔.

○…경수로 현장에서 일하는 작업요원들은 벌써부터 이곳 생활이 담없는 교도소나 마찬가지라며따분함을 불평하고 있다고 한 관계자가 설명.

한전측은 이에따라 당구장, 가라오케시설, 위성TV 수신설비 등 여가시설을 곧 갖출 계획이라고.

○…기공식을 취재한 AFP통신은 양화항에서 금호지구에 이르는 11㎞의 길옆에는 한뼘의 땅도 놀리지않고 곡물과 채소를 심어놓은 것이 목격됐으나 알려진 것과 같은 혹심한 가뭄피해는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보도.

담장에는 호박줄기가 보이고 가옥 뒷마당에도 옥수수와 콩등이 심어져있으며 소와 염소도 눈에띄었다고 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관개용 저수지의 수위는 거의 바닥을 보여 양수용펌프가 말라가는 진흙바닥위에 우뚝 솟아있는 것처럼 보였으며 북측 안내원들은 지난 6월이래 불과 닷새정도만 비가 내렸다고 설명했다고 통신은 보도.

주민들로부터는 다른지역의 알려진 모습과는 달리 영양실조에 걸린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으며신포에 주재중인 한,미 관계자들도 "이곳에서는 굶주림을 목격하지못했다"고 말하고 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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