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이야기-이종공생

입력 1997-08-19 14:06:00

개울에서 바닥을 뒤져보면 말조개와 같은 큰 민물조개를 잡을 수 있다. 물 흐름이 느리고 뻘과자갈이 섞여 있는 곳에서 많이 발견된다. 조개는 입수공과 출수공이라는 구멍을 두 개 지니고 있어 껍데기를 열지 않더라도 바깥과 통할 수 있다. 입수공을 통해 물을 빨아들인뒤 그 속에 들어있는 먹이는 걸러서 소화관으로 보내고 물은 아가미로 통과시켜 호흡한뒤 출수공으로 내보낸다.5~6월경에 이 조개들을 잡아 껍데기를 벌려보면 조개의 아가미속에 노랗고 길쭉한 쌀알처럼 생긴것이 촘촘히 박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어떤 때에는 아가미속에서 이것들이 꿈틀거리기도 한다.처음 보는 이들은 아마도 기생충으로 생각하리라. 그러나 놀랍게도 이 쌀알처럼 생긴 것은 아직부화하지 않은 물고기의 알이다. 어떻게 물고기의 알이 조개의 몸 속에 들어 있는 것일까?조개의 몸 속에 알을 낳는 물고기는 보통 '납자루'로 불리는 물고기들이다. 몸이 납작하다고 하여붙여진 이름이다. 우리나라에는 이 부류에 속하는 물고기가 십여종 서식한다. 각시붕어, 줄납자루,흰줄납줄개, 칼납자루등 금호강에서도 6종을 볼 수 있다.

이 물고기들은 다른 동물이 다 그렇듯이 산란철이 되면 혼인색이라 하여 수컷은 매우 아름다운색깔을 띠고 암컷은 그저 수수한 차림을 한다. 암컷은 뒷지느러미 바로 앞에 산란관을 지니고 있어서 수컷과 쉽게 구분된다. 산란관은 조개 속에 알을 낳는 관으로서 주기적으로 길어졌다 짧아졌다 한다.

산란철이 되면 수컷은 산란관이 길게 늘어진 암컷을 조개에 유인하고 암컷은 정확하게 출수공을찾아 알을 낳는다. 만약 입수공으로 산란하면 조개는 먹이로 여겨 소화관으로 걸러 넣어버릴 것이다. 조개의 몸 속에 들어있는 알은 조개가 죽지 않는한 안전하게 살 수 있으며 항상 신선한 산소를 공급받을 수 있어 힘들이지 않고 새끼를 키울 수 있는등 일석삼조의 효과를 얻게 된다.그렇다면 조개는 납자루의 알을 키우는 보모 역할만 하는가? 자기는 아무런 득도 없이 봉사만 하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납자루가 산란하기 위하여 가까이 왔을 때 조개는 갓 부화한 자신의새끼들을 내보내어 물고기의 몸 표면에 붙인다. 사실 조개는 많이 이동하지 못하는 동물이므로새끼를 물고기의 몸에 붙임으로써 멀리 이동할 수 있게 된다. 납자루의 새끼를 키워주는 대신 조개는 자손을 멀리 퍼뜨릴 수 있는 것이다. 세상에 공짜란 없는 법이다.

채병수(영남자연생태보존회·어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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