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건강교실-주부습진

입력 1997-08-19 14:08:00

주부습진은 말 그대로 물과 비누등의 세제를 자주 만지는 주부들에게 흔히 나타난다. 우리 피부의 제일 바깥 표면에는 외부의 여러가지 해로운 자극에 대해 강한 저항력을 가지는 각질층이 있다. 이것이 제 역할을 하려면 적당한 수분과 지방성분을 자체내에 지니고 있어야 한다. 만일 맨손으로 물 또는 세제를 자주 만지면 각질층 속의 수분과 지방성분이 완전히 씻겨 나가면서 각질층에 균열을 일으킨다. 이렇게되면 외부로 부터의 각종 자극에 대한 본연의 방패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하게돼 피부염이 생기게 된다. 주부뿐만아니라 의료계 종사자, 주방장, 바텐더, 이발사, 목욕탕 종업원 등 물을 자주 만지는 사람들에게도 생긴다.

주부습진은 물, 세제가 중요한 원인이지만 마늘, 양파, 오렌지, 무, 치즈 등과 같이 피부에 알레르기반응을 일으키거나 자극을 주는 음식 때문에도 나타난다. 이밖에 고기류등 단백질 성분이나 고무장갑, 플라스틱, 니켈 제품 등도 그 원인이 된다.

증상은 먼저 손가락 끝 특히 지문이 있는 부분이 붉어지면서 얇게 허물이 벗겨지고 가늘게 갈라지므로 지문이 없어진다. 이와 함께 그 부위가 가렵고 따가우며 화끈화끈한 작열감이 느껴진다.이러한 변화는 차차 손바닥의 중심부로 확산되며 이 지경이 되면 심한 자각증상 때문에 잠을 못이룰 정도가 된다. 주부습진은 계절적으로 늦가을부터 이른 봄사이에 흔히 나타나는데 이는 대기중의 낮은 습도로 인해 피부의 습기가 쉽사리 증발되기 때문이다.

또 기저귀 세탁이나 아기의 목욕 등 물에 손을 많이 넣게 되는 시기인 출산후 2~3개월 안에도 흔히 생긴다.

예방책으로는 물과 비누 등의 세제를 맨손으로 너무 자주 만지지 말아야 하며 심지어는 맹물도조심해야 한다. 또, 물일을 할 때는 고무장갑속에 면장갑을 끼는 것이 좋으며 땀이 차지않게 자주새로운 면장갑으로 바꾸어 주어야 한다. 물일이 끝나면 꼭 바셀린로션이나 크림같은 것을 피부에발라 습도를 유지해 주는 것이 좋다. 일단 피부염이 생기면 치료기간이 보통 몇 달이 걸린다. 치료의 성패는 물과 비누, 샴푸등과의 접촉을 최대한 피하는데 달려 있다. 부엌에서뿐 아니라 목욕이나 머리를 감을 때 마저 조심해야 한다.

증세가 가벼우면 로션을 자주 발라 보습해 주면 되지만 심하면 전문의의 치료방침에 따르는 것이좋다.

전재복(경북대병원 피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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