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었던 레일이 되살아난다"
과거 서울 도심을 딸랑거리며 달리던 전차를 기억하십니까. 자동차가 많지 않던 시절, 전차는 대중교통수단으로 시민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자동차붐이 일면서 도심의 궤도는 철거됐고 전차도이미 기억의 저편으로 멀어졌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의 현실일 뿐. 외국의 사정은 달랐다. 그들은 우리보다 훨씬 빨리 자동차시대에 접어들었지만 전차레일은 철거하지 않았다. 레일을 살려둔채 아스팔트를 깔았고 그 위로 자동차가 달려왔다. 그러기를 한참. 교통사고, 정체 등 자동차로 인한 사회적 손실이 갈수록 커지면서철도교통으로의 복귀가 가장 효율적이라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됐다. 결국 그들은 아스팔트 밑에깔려있던 전차의 레일을 다시 살려냈다.
▨유럽-철도교통의 대륙
1970년대 중반 영국에서는 런던과 인근 도크랜드 지역을 연결하는 지하철을 건설, 이 지역의 재개발을 촉진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지하철 건설에는 엄청난 재원이 필요, 실패에 그쳤다.정부는 대체 교통수단을 연구했고 그 결과 기존 철도부지를 적극 활용해 과거의 전차를 현대식으로 되살리자는 방안이 채택됐다. 87년 런던시내를 연결하는 12km구간 15개역을 포함한 노선운행이 시작돼 현재 28km까지 연장운행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 독일, 프랑스 등 유럽제국에서도 기존 궤도를 되살려 대중교통수단으로 재건하려는움직임이 시작됐다. 독일 오버하우젠시에 건설된 노면전차가 대표적인 케이스. 오버하우젠과 뮐하임 두 도시를 연결하는 노면전차는 두 도시에 방사형으로 구축된 주요 대중교통수단이다.오버하우젠 역은 국철, 지하철 등 독일 내를 달리는 모든 종류의 열차가 집결하는 곳이었다. 역사주변으로 여러개의 승용차 주차장과 자전거 보관소, 버스, 택시 정류장 등 온갖 교통수단이 한데어우러져 있다.
지하철에서 내려 역사를 빠져나오니 노면전차 정류장이 있었다. 전차를 기다리는데 버스가 도착했다. 알고보니 전차와 버스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정류장이었다. 정류장 뿐만 아니라 고가로 새롭게 건설된 일부 노면전차 구간에는 버스도 함께 달리고 있었다. 노면전차 궤도는 아스팔트 사이에 깔려 있어 전차와 자동차 모두 승차감은 좋지 않았다. 하지만 부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한다는면에서는 분명 경제적.
독일 노면전차는 승차권을 차안에서 끊고 개찰도 스스로 하는 자율승차 방식이었다. 검표원은 없었지만 승차권을 끊지 않는 사람은 한명도 보이지 않았다. 어쩌다 한번씩 점검반이 승차해 검표를 한다고 한다. 무임승차에 대한 벌금은 운임의 10여배. 그들의 자율성과 합리성을 보여준다고나할까.
▨45개국에 3백여 노선
새로운 대중교통수단으로서 노면전차의 급격한 부상은 전차의 차량을 제작하는 공장에서도 여실히 나타났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독일 지멘스(Siemens)사는 뒤셀도르프와 크레펠트에 2개의 차량생산공장이 있었다. 크레펠트의 경우 고속철도 등 대형차량을 제작하는 공장. 도르트문트 공장을찾으니 전차전시장을 연상케했다. 세계 각 도시로 보내질 수십대의 차량이 제작중이었다. 각 도시의 주문에 맞추다보니 차량색깔, 좌석형태 등은 천차만별. 독일내에서만 30여개 도시에 전차가 운행한다고 하니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이같은 노면전차는 프랑스 그레노블, 미국 포틀랜드, 러시아 등지에도 새롭게 복구돼 현재 45개국에 3백여개의 노선이 운행되고 있다.
노면전차 붐이 되살아난지 20년도 안됐지만 유럽 곳곳의 차량제작사들은 벌써 몇단계의 기술발전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지멘스사 역시 마찬가지. 독일내 본, 프랑크푸르트 등지에 설치해나가면서 기술을 발전시켜왔다는 것.
지난해 개발된 콤비노(combino)라는 모델은 본격생산에 들어가 있었다. 콤비노는 출입문 높이와정류장 플랫폼 높이를 꼭같이 맞춘게 특징. 차내에도 수평을 맞춰 요철이 전혀 없다. 승하차 때노약자와 장애인의 안전을 고려한 것이다. 에너지 절감을 위해 운전석 부분을 제외한 차체를 알루미늄으로 제작, 차량무게도 종전 1m당 1천2백~1천3백kg에서 1천kg정도로 줄였다.▨문화의 차이, 현실의 차이
노면전차는 과거의 전차궤도가 그대로 남아있는 곳에서는 건설비가 그다지 많이 들지 않는다. 가장 큰 투자라야 차량제작비. 하지만 새롭게 궤도를 설치한다 하더라도 자동차와 함께 이용할 수있기 때문에 다른 교통수단 건설비와 비교하면 한층 효율적이라는 설명이었다. 지멘스사 관계자는"과거 노면전차가 없던 도시라도 새로 궤도를 깔고 차량을 주문하는 경우가 많다"며"지하철이나 고가 교통수단을 도입하는 것보다는 훨씬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나라와 나라 사이의 문화, 사고 차이를 비교한다는게 쉽지는 않지만 유럽의 노면전차를 보면서분명한 차이를 느낄수 있었다. 다소 보기싫고 불편해도 옛것을 버리지 않고 남겨뒀다가 새롭게되살리는 그들과, 쉽게 만들고 쉽게 싫증내고 쉽게 철거하는 우리의 풍토. 현재 우리나라 각 도시에서 신교통수단에 대한 연구, 도입계획이 활발하지만 노면전차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도그같은 차이에서 오는 일종의 손해가 아닐까 싶었다.
〈金在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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