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안전 뒷전' 질책"
"이 점선은 없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14일 KAL기 괌추락사고를 다룬 국회 건설교통위에서 건교부 실무자들은 밤새워 준비한 그럴듯한 차트를 야당의원의 말 한마디로 걷어내야 했다. 추락당시 예상항로를 그린 이 차트는 이미 언론에 다 보도된 것의 재탕이었다. 국민회의 한화갑의원은 "다 알고 있는 내용을 밤새워 차트를만들어 나오는 수고를 왜 하느냐"고 꼬집었다.
또 건교부 실무자는 사고원인을 둘러싸고 한·미간의 의견차이가 분명한 시점에서 자칫 국가간의문제로 비화될지도 모르는 민감한 사안임을 들어 "잘 모르면 아예 답변을 하지 마라"는 의원들의충고를 들어야 했다.
사고초기 언론에 보도됐던'Something Wrong(뭔가 잘못됐다)'이라는 말이 조종사인지 관제사인지, 누구의 입에서 나온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이환균건교부장관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으나대한항공의 조양호사장은 "괌지사장과 관제사간에 오간 얘기로 확인됐다"고 답해 장관의 꼴이 우습게 되기도 했다.
건교부의 항공업무 일반에 대한 파악도 형편없었다. 국적기 취항공항의 현황은 거의 전무상태였음도 밝혀졌다. 건교부 관계자는 괌공항에 관제레이다가 없다는 사실을 이번 사고 이후에야 알았고 돈 버는 게 우선인 항공사에 모든 것을 맡겨놓은 상태라는 설명이었다. 애초부터 국민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었다는 것이 야당의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었다.
전문인력의 부족도 심각한 현상으로 지적됐다. 항공업무를 관장한다는 건교부 항공국만 봐도 상황은 알 만했다. 20여년간의 공직생활 가운데 근 20년간을 해운업무에만 종사해 온 인사가 주무국장으로 앉아 있는데다 명색이 항공업무를 맡아 본다면서 조종사나 정비기술관련 전문가가 한사람도 배치돼 있지 않았다.
경제기획원에서 공직생활의 대부분을 보낸 이장관도 사고원인조사반에 투입할 전문가의 부족을토로했다. 그는"전문가의 부족이 심각한 문제"라며 "전문인력을 수소문, 보강할 필요가 있다"고말했다.
사실상 없는 것이나 진배없는 유가족대책에 대한 추궁도 이어졌다. 자민련의 변웅전의원은 "유가족들은 국제미아 신세"라고 했고 국민회의 김명규, 한화갑의원 등은 "유가족을 위한 통역, 교통,숙박 등에 대한 배려도 없었다"며 "우리 정부보다 괌교민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더 컸다"고 꼬집었다. 의원들은 이어 "사고는 이미 났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수습하려는 자세가 턱없이 부족했다"며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사죄하는 성의가 있다면 이런 무대책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건교부장관을 비롯해 하루종일 진땀을 흘린 관계자들은 의원들의 끊임없는 추궁에 할 말을 잃고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李東寬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