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를 비롯 중국북부와 동유럽을 온통 짓밟은 동양의 정복자 칭기즈칸이 역사에서 사라진지 올해로 7백70년. 그러나 그 공포의 말발굽 소리는 오늘날 그의 조국 몽골에서 조심스럽게 되살아나고있다.
'타키'. 지금은 세계적인 희귀동물로 분류돼있어 이름조차 생소하지만 칭기즈칸이 타고 서방을 유린한 바로 그 말발굽소리의 주인공이다. 얼룩말을 닮은 강인한 골격, 짙고 무성한 갈기와 좀처럼길들여지지 않는 야성으로 인해 현대의 '적토마'로 불리는 타키는 그러나 1950년이후 몽골에서조차 자취를 감추었다. 현재는 세계적으로 1천2백마리정도가 동물원에서 보호를 받고 있을 뿐이다.칭기즈칸이 없는 타키의 운명은 그야말로 초라했다. 타키가 서방에 알려진 것은 19세기. 당시 몽골를 다녀간 폴란드의 탐험가 프르제발스키가 타키 몇마리를 페테르부르크로 가져와 키우기 시작했는데 그 늠름한 모습에 유럽인들은 완전히 압도당했다. 이후 '프르제발스키 호스'는 유럽인은물론 미국인들에게도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정작 원산지 몽골에서는 1950년대 중국에 반기를 들다 퇴각하는 군인들이 주린 배를 채우기위해 타키를 죄다 잡아먹는 바람에 멸종돼 버린것.
그런데 지난94년 몽골정부는 이 야생마의 본래 모습을 되찾기위해 세계 동물원에서 타키를 구해와 본토인 후스타인 나루우 자연보호지대에다 방목하기 시작했다. 야성이 강한 타키는 곧바로 자연에 순응했고 놀랍게도 자연번식이 상당히 이루어진것이 발견됐다. 그해 섭씨 영하39도의 혹한속에서도 8마리의 새끼가 겨울을 무사히 넘긴것. 당국은 부랴부랴 오는 2000년까지 전국토의 3분의 1을 보존지역으로 지정, 타키가 마음대로 뛰놀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타키는 북부 스텝지역의 토질과 아주 잘 조화하는 신비스런 야생마다. 겨울이 되면 눈속에서도쉽게 띄지않도록 타키의 복부는 하얗게 변하고 여름철 눈이 녹기 시작하면 타키의 등은 마치 검게 그을린 거무튀튀한 색깔로 바뀐다. 그래서 몽골인들은 이 야생마를 사람과 같은 하나의 '영혼'이라는 뜻으로 타키라고 명명했다. 이제 칭기즈칸을 등에 업고 광야을 질주하던 타키가 머지않아고비사막에 다시 그 자연의 모습을 드러낼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尹柱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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