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기 추락참사-원인규명 작업

입력 1997-08-09 14:36:00

괌에서 추락한 대한항공(KAL) 보잉 747 여객기의 사고원인 규명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는 블랙박스 판독작업이 미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에 의해 본격 착수됐다.블랙박스에는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와 비행자료 기록장치(FDR)가 들어있기 때문에 사고 여객기가 왜 정상보다 낮은 고도로 비행하다 지상과 충돌, 대규모 인명피해를 냈는지를 밝혀줄 것으로 보인다.

NTSB 관계자들은 "블랙박스 판독작업은 최소한 수일에서 수개월, 1년까지 걸릴수 있으나 회수된KAL기의 블랙박스 상태가 양호한 편이어서 비교적 가까운 시일내에 사고원인을 규명할 수 있을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NTSB는 이미 사고기의 블랙박스를 열어 음성기록장치와 비행자료 기록장치를 예비 판독한 상태다.

그러나 이같은 예비판독에서 KAL기의 추락원인이 되었을지도 모를 기술적인 문제들은 드러나지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 관계자는 "사고 직전 보잉 747 여객기 조종실에서는 거의 아무런 대화도 들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특히 "조종실은 매우 조용한 상태였으며 비정상적이라고 할만한 상황이 거의 없었다"고 그는 말했다.

미국 언론들이 이번 사고를 조종사에 의한 과실로 추정하고 있는 것은 이처럼 조종실 음성기록장치에서 '비상' 상황을 감지할 수 없었던데서 비롯되고 있다.

기체나 계기상의 결함이 있었다면 당연히 조종사들간에 긴박한 대화가 오고 갔을텐데 대화가 없었던 점에 비추어 여객기가 정상적으로 운행되고 있음을 조종사들이 확신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이와관련, 조지 블랙 NTSB위원은 "이번 사고는 조종사가 항공기에 대한 완전한 통제력을 유지한상태에서 지상과 충돌한 것으로 조종사의 실수가 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하지만 음성기록장치를 예비판독한 결과 항공기가 지상에 근접할 경우 '급상승하라'(pull-up)는경보음을 울리게 돼있는 지상근접 경보장치가 마지막 순간에 잠깐울린 것으로 나타났다.이에따라 사고 여객기의 조종사들이 이러한 경보음을 듣고 즉각 항공기의 고도를 높일 수 있는상황에 이르지 못한채 그만 KAL 여객기는 추락한 것으로 분석되고있다.

전문가들은 이와관련, "현재로서는 사고기의 추락이 조종사 과실인지, 아니면 기체결함에서 비롯된 것인지 명확히 규명하기는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조종실 대화에서 비상사태에 관한 얘기가 없었다고 조종사 과실로 단정짓기는 어려우며, 경보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점을 포함, 조종사들이 감지하지 못한 기체결함이 사고로 연결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보다 자세한 사고원인 규명은 비행자료 기록장치를 완벽히 해독한 이후에나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비행자료 기록장치는 항공기의 속도와 고도, 엔진속력과 대기압력, 비행기의 공항접근 각도 등 사고가 발생하기 이전 25시간동안에 발생한 모든 비행관련기록이 수록돼 있다.

(워싱턴)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