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미리 새나간 차관급 인사

입력 1997-08-08 00:00:00

청와대가 왜 이러나.

8.5개각에 이은 차관급 후속인사가 있은 7일 오전,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인사내용을 공식발표도하기 전에 일부 기자에게 흘리는 어처구니없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를 두고 청와대 주변에서는 임기말 누수현상이 아니냐는 수군거림과 함께 "나사가 풀려도 한참풀렸다"는 개탄의 소리가 높다.

이날 아침 출입기자실에는 오전 9시30분께 차관급 후속인사가 있을 것이라는 공보수석실측의 전갈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9시40분을 넘겨 인사내용을 발표할 시점에는 상당수 기자들이 미리 알고 있었다는얘기고, 공석인 청와대 대변인을 대신한 공보비서관의 발표는 공허한 요식행위에 불과했다. 뒤늦게 이같은 분위기를 감지한 출입기자들이 발끈한 것은 당연하고, 있을 수 없는 작태에 대한 항의가 빗발쳤다.

이날 사태는 일부 특정기자가 예정된 발표시간 10여분 전에 김용태(金瑢泰)비서실장을 통해 미리인사내용을 알아내고 몇몇 기자들에게 전달해 주었으며, 공보관계자들이 이를 알고는 부랴부랴기자실로 달려와 공식발표 형식을 취했다는 것이다.

예상을 뒤엎는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독특하고 전격적인 인사스타일은 무엇보다 철저한 보안을바탕으로 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때문에 늘 '깜짝인사'라는 평을 듣지만 인선을 둘러싼 잡음을 원천적으로 차단시킨다는 나름대로의 의미도 있다.

민정수석실을 통해 김대통령에게 보고되는 인사자료는 말그대로 극비사항이다. 더구나 낙점한 인선내용은 통상적으로 김대통령이 직접 대변인을 불러 구술, 발표시점까지 지시하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보안유지가 가능하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차관급 인사의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대체로 보고된 대로 낙점이 되는 게 관례이며 전달과정에서 몇사람 정도는 그 내용을 알 수 있다.그런데 이날 인사내용은 미리 비서실에 알려졌지만 총리에게 통보하는 절차를 위해 공식발표 시점을 늦춰 잡았다가 결국 이같은 사단을 불렀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공직자로서 최소한의 직업윤리마저 망각한 처사이며 임기말 레임덕 현상의 표본이라는 자탄의 한숨이 가득하다. '대통령의 그림자'라는 비서실장의 입지가 무색해졌을 뿐이다.〈吳起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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