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공방'휴전 사고대책 몰두

입력 1997-08-07 14:43:00

"여야 표정"

KAL기 추락사고는 무차별 폭로전으로 확산되던 '병역정국'을 일거에 소강국면으로 전환시켰다.여야는 6일 새벽 사고소식이 전해지자 모든 정치일정을 중단하고 긴급대책회의를 갖는 등 사고수습을 뒷받침하기 위한 정치권 차원의 노력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특히 국민회의 신기하의원 일행이 탑승해 희생당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정치권은 정치공방을 자제하는 등 사실상 정치휴전에 들어갔다. 신한국당 이회창(李會昌)대표는 이날 오전 예정돼있던MBC의'10시 임성훈입니다'방송출연을 무기연기했고 관훈클럽도 8일부터 예정돼있던 대선후보들의 토론회를 9월로 연기했다. 또 여야는 건교위 소집 여부도 검토하는 등 국회차원의 사고수습방안도 협의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KAL기사고는 병역시비 공방으로 궁지에 몰리던 신한국당에게 국면전환의 호기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대표에 대한 파상공세를 준비하고 있던 야권은 사고수습이 어느정도 이뤄지는대로 재공세를 다짐하고 있어 KAL기사고로 인한 소강정국은 내주에는 다시 변화가 불가피할 조짐이다.

○…신한국당은 이날 예정된 주요 당직자회의를 긴급 대책회의로 전환, 조속한 사고수습대책을논의하고 이회창대표 등 당직자들이 곧바로 사고대책본부를 방문,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등 병역시비에서 벗어난 모습이었다. 이대표는 또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총재에게 위로전화를 걸기도했다.

이대표는 8일부터 예정돼있던 휴가일정을 조정, 사고수습에 진력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집권당대통령후보로서의 위상을 새롭게 정립한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또 7일 김영삼대통령과의 주례보고 등을 통해 당직개편 구상을 조기에 정리해 내주중 당직개편을 단행, 개각에 이은 여권진용개편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대표는 이를 통해 낙선주자 등 비주류 껴안기작업도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KAL기사고는 이대표에게 병역시비에서 벗어나 정국주도권 회복에 나설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국민회의는 신의원과 당원들이 희생된 것으로 알려지자 유재건부총재 등으로 사고대책반을구성, 현지에 급파하는 등 침통한 분위기였다. 또 병역 공방에 대해서도 휴전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정동영대변인은 "이번 사고로 국민이 큰 충격에 빠진 점을 감안, 정치현안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겠다"며 한시적 휴전을 선언했다.

그러나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이날 국회에서 정치개혁특위 공동위를 열어 민주당을 특위에서 제외하기로 최종 합의하고 양당 의원만으로 특위위원 명단을 제출하는 등 소강국면이 일시적이라는점을 시사했다. 양당의 두 김총재는 7일 충주에서 열린 농업경영인대회에 같이 참석, 위로를 나누는 등 대선 공조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자민련도 이날 오용운부총재를 위원장으로 사고대책위원회를 구성, 유가족들 위로방문에 나서는 등 당차원의 수습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자민련 안택수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정부와 대한항공은 조속한 사고수습과 사후대책에 만전을 기하라"고 주문했다.

〈徐明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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