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객열전' '패자 중이' 출간

입력 1997-08-06 14:25:00

"현대 지도자에 '따끔한 충고'" 자공(子貢)은 스승인 공자의 조국 노나라가 제나라의 침략을 받았을 때 제, 오, 월, 진을 유세하여뛰어난 언변으로 오나라가 제나라의 배후를 치도록 만들고 노나라를 위기에서 구하였다.장구한 역사의 흐름속에는 각 시대마다 변화와 흐름을 주도한 역사적 인물들이 등장한다. 난세의회오리 바람속에서 세치 혀만 갖고 백만의 군사를 움직이고 역사의 물줄기를 바꿔놓은 유세객의배짱과 언변. 국제경쟁이 첨예한 지금 현대판 외교관이나 특사랄 수 있는 뛰어난 유세객이 필요한 때다.

난세 격동의 현장에서 역사의 물줄기를 가른 인물의 이야기를 다룬 '유세객열전(遊說客列傳)'(오정윤 엮음, 규장각 펴냄)과 '패자 중이(重耳)'(미야기다니 마사미쓰 지음, 대산출판사 펴냄)가 동시에 나왔다.

합종책과 연횡책을 의미하는 종횡가(縱橫家)로 세상에 이름을 떨친 사람들을 의미하는 유세객. '유세객열전'은 천하를 움직이는 힘은 유세객의 세치 혀임을 보여준다. 자신의 언변과 배짱, 그리고 야망하나로 역사의 무대에 뛰어들었던 유세객들의 생생한 이면사. 가장 역동적인 역사의 변화를 이끌어 간 숨은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백만의 군사보다 두려운 것은 유세객의 세치 혀'라는 것을 입증한 자공, '육국(六國)이 뭉쳐서강대한 진나라에 대항해야 한다'며 합종책의 세객이 된 소진, '패업을 위해서는 육국을 하나씩 격파하라'고 설파했던 연횡책의 모사 장의, '난세에는 천하를 셋으로 나눠야 한다'며 배짱으로 승부를 건 괴철 등 춘추전국시대의 세객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이들에게는 공통된 자질이 있다. 우선 정확하게 때(時)를 헤아리고 세(勢)를 살피는 시각을 갖추었다는 점이다. 유세성공의 핵심은 자기측의 정세는 물론 상대방의 허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합당한 시기를 택해야 한다. 둘째는 언변이 뛰어나고 설득력이 남다르다는 것. 상대방을 진정으로감동시키고 유혹하며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능숙한 언변을 가졌다. 셋째는 상대방의 심리와 형세를 파악하는 능력을 가졌다. 이러한 능력은 현장에서 끊임없이 사례를 분석하고 경험사례를 주는 역사지식을 풍부히 하는데서 얻을 수 있다.

유세는 정치현장에서 난무하는 기만과 궤변의 논리가 아니라 경쟁시대를 살아가는 오늘의 생활현실에서 늘상 부딪치는 인간관계의 표현이다. 자신의 욕구와 의지의 관철이 유세라고 한다면 현대인은 모두 유세객이 될 수 밖에 없다. 이책은 유세객들의 자질, 환경과 조건 등 공통점을 발견케하고 풍부한 인생경험과 역사상식을 제공한다. 저자는 "유세객은 권모술수의 수단이 아니라 국가와 민족의 안녕을 지켜내는 유효한 수단"이라고 지적한다.

'패자 중이(重耳)'는 19년동안 파란만장한 역경의 길을 유랑한 뒤 군주자리에 올라 중화의 패자가된 진(晋)나라 문공(文公)의 대서사시다.

때를 기다리며 고난을 이겨 내 전형적인 춘추시대의 인간형으로 묘사되는 중이는 의리와 신의,어진 덕성을 고루 갖춰 많은 신하들이 진정 목숨을 바쳐 따르는 모범적인 군주가 되었다. 국가내부질서 유지를 위해 지도자가 취해야 할 태도와 외교적인 측면에서 국가의 존립과 정통성, 위신을 세워가는 중이의 노력은 현대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李春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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