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음모설 속 인수추진 곤란 판단

입력 1997-08-06 14:54:00

기아사태에 대한 정부의 처리방침이 그동안 정부가 일관되게 주장해온'불개입' 쪽으로 결론이 났다. 이에 따라 기아의 정상화 여부는 전적으로 기아그룹의 자구노력에 따라 결판이 나게 됐다.강경식 부총리는 5일 기아그룹 주거래은행단들과의 조찬 회동 후 기자회견을 통해 "기아의 제3자인수는 현정부하에서 추진되기는 어려우며 채권금융기관들의 결정을 전폭 지지한다"고 밝혀 '기아측의 계열기업정리 및 현 경영진 퇴진→긴급자금 지원→정상화'라는 채권은행단의 기아사태 해결방법을 사실상 추인했다.

강부총리의 이같은 입장 표명은 기아사태와 관련 강부총리가 휴가중임에도 불구하고 김인호 경제수석과 유시열 제일은행장, 김영태 산업은행총재와 회동했던 4일 오후 무성히 제기됐던, 종전의불개입과는 무언가 다른 방향으로 정부의 방침이 정해지고 있다는 추측을 완전히 뒤엎은 것이다.정부가 이처럼 제3자 인수 불가를 포함한 불개입방침을 재천명하게 된 것은 세계무역기구(WTO)체제 아래서는 개별기업의 정상화에 정부가 관여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 기아사태가 기아자동차를 삼성그룹에 넘기려는 정부의 술책이라는 음모설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아의 제3자 인수를 추진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고려가 더크게 작용했다는 것이 더 설득력있는 분석이다.

그러나 정부는 기아의 제3자 인수라는 길을 완전히 막아 놓은 것은 아니다. 강부총리가 "현 정부하에서 기아의 제3자 인수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것은 경우에 따라서는 차기 정부에서는 3자 인수가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측면에서 기아그룹은 오는 9월29일까지로 되어 있는 부도유예기간동안 자구노력을 통해 회생 가능성을 보이지 못하게 되더라도 은행관리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통해 현정권 동안은 명맥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어쨌든 정부가 기아의 현경영진이 퇴진하지 않으면 긴급자금 지원은 없다는 채권은행단의 손을들어줌으로써 기아는 뼈를 깎는 자구노력 이외에는 살아날 길이 없게 됐다. 또 경영권 포기각서제출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는 김선홍 회장 등 현 경영진의 퇴진과 인원감축 등에 대한 노조의 동의서 제출도 불가피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그동안 채권은행단이 요구해온 아시아자동차의 분리 등 계열사의 매각도 빠른 속도로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반대로 부도유예기간이 끝나는 때가 대선정국이고 대선정국에서 정부와 여당이 경제불안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을 고려한다면 쉽게 부도처리할 수 없을 것이고 설사 부도처리가 아닌 은행관리 등 제3의 방식을 채택하더라도 국민들의 불안감은 식지 않을 것이라는 기아측의 계산도일정 정도 현실성을 지니고 있어 기아사태가 정부의 의도대로 풀릴 수 있을 것인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할 것 같다.

〈鄭敬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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