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별식-추어탕

입력 1997-08-06 00:00:00

아직 폭염은 계속되고 있지만 7일은 입추. 천하를 녹여내릴 듯한 여름도 이제는 꼬리를 내릴 때가 됐다. 노르스름하게 기름기가 오른 미꾸라지로 끓인 추어탕은 여름내내 땀흘리느라 시달린 이들에게 원기를 불어넣는 별식으로 늦여름부터 가을 초입까지 널리 애용되고 있다."미꾸라지는 1백g 중 우수한 단백질이 16.2g이고, 칼슘이 736㎎, 칼슘과 비타민 A B2 D가 풍부하다. 지방은 2.8g 가량 들어있는데 불포화지방산으로 구성돼있어 콜레스테롤의 폐해를 막을 수 있다"는 김경희교수(영남전문대)는 미꾸라지에 풍부하게 들어있는 비타민 A는 피부가 거칠어지거나병에 대한 저항성 약화를 막아주며, 비타민 D는 어린이들의 뼈성장에 도움을 준다고 말한다.특히 추어탕은 미꾸라지의 내장까지 함께 끓여서 조리하기 때문에 비타민 A와 D를 손실없이 즐길 수 있다.

원래 영남과 개성지방의 향토 음식의 하나였던 추어탕은 그냥 미꾸라지만으로 단백한 맛을 내기도 하지만 양지머리나 곱창 사골뼈 등을 넣어 구수한 깊은 맛을 더하기도 하며 갈거나 통채로 넣는 방법이 여러가지로 다르다.

▨ 서울식 통추어탕

곱창을 곤 국물에 미꾸라지를 산채로 넣고, 싸리버섯 목이버섯 두부 유부 계란 옥파와 갖은 양념을 넣고 끓여내는 서울식 추탕은 얼큰하고 구수하며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이 맛에 길든 사람들은 미꾸라지를 갈아서 끓여내는 추어탕은 맛으로 치지도 않는다.

1930년대부터 5형제가 힘을 모아 영업을 해온 형제추탕(02-919-4455)은 자연산 미꾸라지에 버섯식용박 두부 외에 각종 야채를 넣어 끓여내는 서울식 추탕으로 매콤하다.

서울식 추탕 전문업소로 이름난 용금옥(02-777-1689)은 양지머리를 4~5시간 삶아서 찢어넣고, 그물에 야채(늙은 호박, 양파, 대파, 버섯, 토란)를 넣어 끓이다가 야채가 익으면 고기 찢은 것을 넣고, 한참 끓고 나면 미꾸라지를 산채로 넣고 밀가루를 개어 걸쭉하게 만든다. 젊은 사람들이나 여성들은 통미꾸라지를 반기지 않아 절구에 들깨넣고 갈아넣은 추어탕을 내놓는다.▨원주식 즉석추어탕

통미꾸라지를 이용, 미꾸라지 매운탕처럼 추어탕을 끓이거나 삶아서 경상도식으로 미꾸라지를 삶아 간 미꾸라지탕 두가지가 있는데 불판에 냄비를 얹고 즉석에서 끓여 먹는 전골식이라는 점이서울식이나 경상도식과 다르다.

전골식 즉석 추어탕을 개발한 원조인 강원도 원주시 개운동 복추어탕집(0371-763-7987)의 경우재래식으로 메주를 많이 넣어 쑨 고추장과 4~5년 이상 묵혀서 맛을 낸 장으로 간을 맞춘다.해독을 위해 미나리를 넣고 파 마늘 표고버섯 등을 넣고 끓이는데 맵고 시원하며, 먹고 난 다음의 개운한 맛으로 크게 유명하다. 원주시 중앙동의 식당 영산강(0371-46-5900)도 복추어탕집과같은 방식으로 맛을 낸다.

▨전라도식 얼큰한 추어탕

경상도식과는 달리 자연산 미꾸라지에 빨간 고추나 고춧가루 된장을 풀어넣고 육개장처럼 얼큰하게 끓여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남원에서 37년이상 추어탕집을 운영해온 남원 새집(0671-625-2443)은 미꾸라지를 살때부터 신경을 쓴다. 중국산인지 국산인지 대번에 보면 알아내는 새집의 서삼례할머니(75)는 국산 미꾸라지라도 예쁘게 생긴 둥들이는 미꾸라지 숙회에 좋고,예쁘지는 않지만 살이 찌고 기름이 잘 오른 넙죽이는 추어탕용으로 쓴다. 미꾸라지를 삶고, 들깨를 갈아서 물을 잡고, 무우시래기 배추 고구마 토란줄기등 야채를 넣고 푹 끓여낸뒤 고춧가루와마늘 양념을 넣고 된장을 풀어넣는다. 풋고추를 총총 썰어서 곁들인다.

▨경상도식 나물추어탕

원래 경상도식 추어탕은 미꾸라지와 나물만으로 푹 고아서 담백한 맛을 특징으로 한다. 강원도의즉석 추어탕이나 서울식 통추어탕과는 달리 갈아서 뼈를 발라낸 미꾸라지에 배추 고사리 축주 등각종 야채를 넣고 한솥 끓여서 덜어 먹으며, 전라도식처럼 고춧가루가 들어가지 않아 맛이 담백하고 시원하다.

대구백화점 옆 상주집(053-425-5924)은 도시인의 입맛에 맞춰 자연산 미꾸라지에 소곱창을 넣어영양가를 높이고 깊은 맛을 낸다. 미꾸라지 본래의 맛을 더하기 위해 참기름을 두르지않고 덖은뒤 2시간쯤 푹 고아서 뼈를 받쳐낸다. 세번 삶아 기름기를 걷어내고 완전히 무른 소곱창을 썰어넣고, 12시간 전에 삶아 쓴맛을 우려낸 고랭지배추를 넣은 뒤 푹 물러지면 마늘다진것, 풋고추 썬것과 산초를 곁들여낸다. 된장은 떫은 맛이 비치므로 쓰지 않고 인공조미료도 전혀 쓰지 않는다.청도 덕산식당(0542-72-9059)은 미꾸라지에 강고기를 절반씩 섞은 추탕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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