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체험기-정상 등정

입력 1997-08-01 14:01:00

"자연의 웅장한 파노라마 절로 솟는 호연지기" 5년전만 해도 생각조차 못해본 것이 등산인데 이제는 북으로는 설악산, 남으로는 한라산까지 안가본 곳이 없고, 거의 매주 주말마다 산을 찾곤 한다. 특히 그 중에서도 전라도 영암 월출산은 하늘을 찌를듯 솟아있는 기암괴석이 아름답고, 주변 경관이 빼어나서인지 일곱번이나 정상에 올랐다.

9년전 건강때문에 금연을 하고보니 1백76㎝의 키에 72㎏에 불과하던 무게가 85㎏이 넘어가는 바람에 걱정을 하던중 친구의 권유에 의해 처음 산을 접하게 되었다.

정상은 한번도 올라보지 못하고 중도에서 포기하기를 수차례. 안내등산회를 따라나서면서부터 처음 정상에 섰고, 그곳이 바로 문경 대야산(931m)이었다.

죽도록 고생을 해서 정상에 올라서인지 처음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그저 물만 먹었던 기억이난다. 그러나 이제는 정상에 서서 신비하게 펼쳐지는 자연의 파노라마에 심취하게 되고, 또 갖고온 도시락과 정상주를 먹어 보노라면 오르면서 힘들었던 순간들은 어느새 바람에 날려 사라지고가슴 가득히 솟아오르는 호연지기에 심신의 피로조차 잊게 된다.

그래서 이제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불어도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산을 오르고 또 오르리라 스스로 다짐을 하게된다.

저녁에 출발, 새벽녘까지 불밝히며 정상에 올라가 거기서 바라보는 일출은 얼마나 아름다운지.서서히 또오르는 태양, 오묘한 자연과 우주의 신비함이 어울려 연출되는 대 자연의 거대한 서사시. 산을 오르지 않고 산 정상에 서보지 못한 사람은 영원히 구경할래야 할수 없는 산인들의 특권이자 산이 주는 선물이 아니겠는가.

전에는 차량이 갈수 있는 곳이 아니면 케이블카를 타면서 정상까지 오르는 산행을 지향하던 내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오르다 마시는 한모금의 물과 한조각 과일의 맛을 음미하며 정상에 올라서는 것을 즐기게 될줄이야.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산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마력을 지녔는가 보다.

주위의 동료들이 땀을 많이 흘리고 아무리 힘들어도 정상을 포기하지 않는다고 해서 붙여준 별명성능좋은 보일러 는 오늘도 땀을 줄줄 흘리면서 저 높은 산정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이제는정상정복을 해야만 그 산의 진면목을 볼수 있고 정상에 섰을때 느끼는 알수 없는 풍만감이 나 자신을 더욱 더 자신감에 차게 하기 때문이다.

박성기〈태성수자원공사대표〉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