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시장화재 뒤엉킨 전기선 "재난예고"

입력 1997-07-31 00:00:00

대구 서문시장에 20년만에 큰 불이 발생, 75년 대화재와 같은 불씨가 여전히 도사리고 있음을 드러냈다. 이번 불은 시장 건물들에 마구잡이로 임의 가설된 전기선이 정기적 교체 등 대책 없이방치됨으로써 누전은 물론 합선 등을 유발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대화(大火)예고성 화재라는 중론이다.

30일 밤 9시10분쯤 대구시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 2지구 남쪽 건너편 건어물전 밀집지구에서 전기누전 때문으로 보이는 불이 나 점포 9곳과 주택 2채를 태우고 2시간여만인 11시30분쯤 진화됐다.경찰과 소방서는 피해액을 1억4천만원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상인들은 5억원을 넘는다고 주장했다. 건어물가게 상인들은 오후 7시쯤 영업을 마치고 퇴근, 인명피해는 없었다.불을 처음 발견한 이동휘씨(41)는 "건어물전 건부상회앞을 지나는데 철제문사이로 연기가 났다"고말했다. 화재신고를 처음 한 서문시장 경비원 김차식씨(57)는 "어묵 등을 파는 아주머니 3명이 '불이야'하고 고함을 질러 달려가보니 건어물 가게인 '건부상회'와 '강수상회' 중간지점에서 시커먼 연기가 치솟았다"고 전했다.

불이 난 건어물 밀집지구 건물들은 지은지 50년이 넘은 목조 슬레이트인데다 초속 7m의 바람까지 불어 불길이 순식간에 이웃 점포로 번졌다. 불길이 수m씩 치솟고 연기가 사방에 자욱해 화재현장은 아수라장을 이뤘다. 그러나 이 밀집지구는 행정상 서문시장의 '시장지구' 밖이어서 소방등 관리에서 제외돼 문제가 되고 있다.

화재현장 주변엔 상인과 시민 1천여명이 몰려들어 큰 혼잡을 빚었고 화재소식을 듣고 달려온 상인들은 불길에 휩싸인 가게를 바라보며 발을 동동 굴렀다.

경찰은 31일 오전 화재 현장을 정밀감식하는 한편 건어물전 상인 및 소방공무원을 상대로 조사,건물 및 전선 관리와 점검 과실이 드러나면 형사처벌할 방침이다.

〈李大現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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