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장출신 운전학원강사 김영석씨

입력 1997-07-26 14:58:00

천직이던 직장을 정년으로 마치고 전혀 엉뚱한 직업의 세계에서 새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쉽지않다.

면장출신 운전학원 강사 김영석(金永石·61·성주 자동차 운전학원)씨.

시골 면서기로 출발, 사무관인 면장자리를 끝으로 32년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가슴에 단 운전학원강사 신분증은 마치 참전용사의 무공훈장처럼 반짝인다.

백발섞인 초로의 나이, 흰 장갑에 호각을 목에 걸고 운전기능 실습장에 나서 보지만 처음엔 헐렁한 투구에다 말굽닳은 백마를 탄 돈키호테처럼 도무지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솔직히 처음 김면장이 학원강사 취업을 의뢰해 왔을때 30년을 넘은 공무원생활 끝에 그것도 60대의 노인이 과연 해낼 수 있을까 하고 탐탁지 않았어요" 성주자동차운전학원 김태권원장(41)의말이다.

김면장을 두고 학원 수강생들은 요즘도 첫눈부터 쑥덕거리지만 막상 실습시간을 알리는 호각소리가 휙- 한번 울고나면 그때부터 콩을 볶듯 불호령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학원 수강생들은 처음 얕잡아 보고 달려들다 금세 주눅이 들어 고분고분해진다.이론강의도 역시 마찬가지. 10평 남짓한 강의실에 빼곡히 둘러 앉은 수강생들은 시골 약장수처럼재담을 섞은 달변에 폭소를 터뜨리며 강의에 푹 빠진 모습이다.

학원측은 취업 6개월만에 운전면허 합격률이 80%%를 뛰어 넘었고 수강생도 20~30%% 늘어나시설규모를 확장해야 할 형편인데, "이게 다 명강사 김면장 덕분"이라며 희색이다.김면장은 "이젠 다른 자동차 학원에서 웃돈 주고 스카우트를 제의해올 정도로 유명해졌다"며 내심 으쓱대며 "자동차학원 강사가 체질에 맞는 것 같다"고 너털웃음을 짓는다.

〈성주·金成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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