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이 없는 한 15대 대통령은 비영남권 출신에서 나올 전망이다. 이 전망이 맞아 떨어진다면 우리는 61년 5·16으로 집권한 박정희대통령 이후 처음으로 비영남권 대통령을 맞이하게 된다. 36년 만의 일이다.
신한국당의 이회창후보가 충청권출신을 표방하고 있고 김대중국민회의총재가 전남, 김종필자민련총재가 충남출신이므로 유력후보 3인은 모두 비영남출신이다. 그렇다면 영남은 고향출신 후보가없는 판에서는 어떤 선택을 할까.
역대 대선에서 TK, PK로 불리는 영남권 유권자들은 그동안 호남의 맹주인 김대중씨를 맞아 71년 대선에서는 박정희공화당후보, 87년 대선에서는 노태우민정당후보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주었다. 그리고 92년 대선에서는 김영삼민자당후보에게 TK가 표를 몰아줘 무난한 승리를 안겨주었다.
수십년간 이곳 사람들이 보여준 투표행태는 한 마디로 "DJ에게 줄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특히92년 대구·경북은 막판에 "정주영을 찍으면 김대중대통령이 된다"는 민자당의 선거전략이 주효,YS에게 몰표를 주는 결과를 낳았다. 최근 많이 희석되기는 했지만 이곳 사람들에게 DJ는 기피인물인 것이다.
자민련의 김종필총재도 이곳 사람들에게는 호감의 대상이 아니다. 그래도 TK는 박정희대통령의유업승계를 표방하는 JP에 대해 비교적 거부감이 덜하지만 PK에서는 DJ보다 못하다.이 때문인지 신한국당은 이회창후보의 본선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이후보 역시 어떤 상대를 맞아서도, 어떤 구도에서도 승리를 자신한다. 배경에는 주체적인 득표력보다는 적어도 DJ, JP보다는낫다는 상대적인 우월감이 깔려있다.
"모두 비영남이면 그래도 내가 더 낫다"는 것이다. "달리 찍을 데가 없다"는 '대안부재론'이 작용하는 것이다. 신한국당 경선직후 실시된 여론조사 수치는 이후보를 고무시키기에 충분하다. 야권후보로 누가 나오든 압도적으로 승리하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 또 92년 정주영, 박찬종후보처럼영남표를 잠식할 요소가 없다는 점도 이후보를 안도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그러나 야권의 이야기는 다르다. 이회창후보가 넘어야 할 고비가 너무도 많다는 것이다. 우선 지금 나오는 신한국당 이후보 지지도는 제대로 검증이 안된 상태에서의 최고점이라고 강조한다. 자민련의 한 당직자는 이를 가리켜 "야당후보가 속내의까지 벗겨가며 검증된 반면 이후보의 이미지는 철저히 분식된 것"이라며 "40여일간 이후보의 이미지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또 경선과정에서도 끝까지 이회창후보에 대해 마음을 열지 않았던 부산의 표심을 지적, 여권 일각에서도"문민정부 출범이후 나타났던 TK정서처럼 부산에서 PK정서가 싹틀 가능성도 배제할 수없다"며 부산경남에 대한 특단의 대책수립을 지적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나는 야당후보의 지지율과 관련, 국민회의 한 의원은 "지금 야권후보 단일화 가능성을 비관, 여론조사에도 기대감이 반영되지 않지만 막판에 단일화를 이룰 경우 파괴력은상상을 뛰어넘을 것"이라며 "이 경우 영남권 표의 움직임은 예측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야권은 영남에서 1위가 아니라 상대적 득표율 제고를 노린다. 92년 YS에게 주었던 몰표(TK61.6%%, PK72.1%%)를 조금 줄이기만 하면 된다. 때문에 자력으로 득표율을 높이는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신한국당의 이수성, 박찬종고문이든 아니면 이기택민주당총재등 누구라도 영남권후보가 나와 주기를 바라고 있다.
〈李東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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