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북 보선 결산

입력 1997-07-24 14:43:00

"'지면 끝장' 사활 건 거물싸움"

이번 선거는 후보자간 과열경쟁으로 상호비방과 음해·괴문서유포·돈봉투 및 돈가방사건등 불탈법으로 일관해 당초 정치개혁의 시험대가 되리라던 모든 국민들을 실망시켰다.특히 선거전 막판에 불거진 돈봉투 사건과 후보자간 인신공격과 비방·운동원끼리의 고성과 폭언·무질서로 물든 2차 합동연설회는 불법의 하이라이트였다. 또 연설회에 관광버스로 억지청중을동원한뒤 도시락을 제공해 검찰에 고발당한 이기택후보측, 또 선거운동 마지막날의 돈가방사건등으로 이번 선거는 문민정부 출범이후 최악의 혼탁선거로 기록되게 됐다.

이같은 혼탁상은 박태준 전포철회장과 이기택 민주당총재의 잇단 출마선언으로 이미 예견되기도했으나 선거판을 오염시킨 후보자는 물론 이를 부추긴 자원봉사자등 운동원들과 후보들의 타락을막지못한 유권자들도 책임선상에서 제외될수 없다는 양비론적 평가를 낳고 있다.후보들의 경우 우선 붙고보자는 생각외에는 다른 생각은 없었다. 출마선언 직후부터 얼굴알리기라는 명분으로 사전선거 운동양상을 보였으며 이 과정에서 상대예비후보들을 향한 비방 또한 공공연했다.

후보들은 또 운동원 확보를 위한 세불리기 경쟁을 벌이면서 남북구를 망라해 지역의 선거꾼들을불러 모으기 시작했고 이마저 부족해 서울 대구 부산등 전국 각지의 선거전문가를 집결시켜 포항북구 선거가 '전국구'로 승격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이로인해 지난 13일과 19일의 1, 2차 합동연설회에 모인 1만5천명 이상의 청중중 50%%이상이 투표권이 없는 외지인들이었다는 분석이 곳곳에서 나왔으며 후보자들이 자기편만 모으다시피하는정당(개인)연설회는 '타지사람들의 파티'였다는 비난을 샀던것.

이번 선거를 통해 또하나의 문제로 대두된 것은 선관위의 선거관리 능력. 선관위는 당초 원활한업무수행과 깨끗한 선거를 위해 북구 선관위는 행정절차를, 남구 선관위는 불법선거 감시업무를맡기로 역할을 분담했으나 감시업무는 선거전 내내 논란을 빚어 급기야는 후보측에 의해 선관위단속반장이 고발당하는 어이없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감시업무를 맡은 남구선관위는 지난 16일 북구 우현동에서 발생한 돈봉투사건 초기조사과정에서제보자인 민주당측으로부터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한다는 의혹을 사 조사반장 권모씨가 검찰에직무유기등 혐의로 고발당했다.

선관위는 22일 연설회에 관광버스를 이용해 억지청중을 동원하고 도시락을 제공한 혐의로 이기택후보를 검찰에 고발했으나 표적감시라는 불신을 낳기도 했다. 특히 23일 발생한 돈가방사건은 "증거물인 돈가방중 1개를 확보했다가 박태준후보측 운동원들에게 탈취당했다"고 발표해 주위를어리둥절하게 만들기도 했다.

어쨌든 이번 선거는 선거법을 비교적 잘 지켰다고 인정을 받은 신한국당 이병석후보는 관심대상에서 멀어지고 이전투구로 일관한 이기택, 박태준후보가 당선권에서 맴돌아 깨끗한 선거문화 정착은 요원하다는 지적을 낳았다.

〈포항·朴靖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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