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유통업체 밀려난다

입력 1997-07-21 14:00:00

"대형할인점 잇단 개장…폐업 속출"

'골목 시장'의 시대는 막을 내리는가.

주택가 주변에 촘촘히 형성돼 서민들이 기본 생필품을 간편하게 구입할 수 있었던 슈퍼마켓.재래시장 등 중소 유통업체들이 대형 유통업체 및 신업태들에 밀려 자취를 감추고 있다.지역에서 최초로 창고형 대형할인점 델타클럽이 들어선 칠곡의 경우 중소 유통업체들이 매출 규모가 급속히 감소하면서 무더기로 폐업하고 있다. 이와같은 '중소유통업체의 몰락'은 대구시 북구등에서도 다수의 대형할인점이 조만간 개점할 예정인 것을 고려하면 앞으로 지역 전역에 확산되어갈 것으로 보인다.

칠곡지역 슈퍼마켓 연합회에 따르면 50평 이상 중형슈퍼의 경우 평균 매출이 50%% 이상 떨어지는 등 대부분의 슈퍼들이 30~40%% 정도의 매출감소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이에따라 칠곡 관음동의 ㅎ슈퍼가 최근 폐업한 것을 시작으로 ㄱ슈퍼.ㄹ유통.ㅅ슈퍼 등 관음동.태전동 일대의 슈퍼마켓들이 잇따라 간판을 내리는 등 델타클럽 개장 후 이 지역 2백여개의 슈퍼중 20%% 정도인 40여 업소가 문을 닫았다.

또 다수의 슈퍼들이 전업을 준비하고 있으나 인수자가 없어 적자를 감수하면서 영업을 계속하는가 하면 '운좋게' 전업을 하더라도 최근 임대료가 크게 떨어지는 바람에 평당 1백여만원씩 투자한 시설비를 포기할 수 밖에 없게 됐다.

지난 95년 말 보증금 7천만원 월세 1백80만원의 조건으로 임대됐던 관음동의 한 슈퍼는 인수자가없어 7월 현재 보증금 3천만원 월세 30만원으로 임대료가 하락했다.

칠곡지역의 재래시장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델타클럽에서 2백m도 떨어지지않은 옻골시장은 전체 40여개의 상가 중 30여 업소가 이미 문을 닫았고 영업 중인 10여개 상가도 하루종일 '개점휴업'상태를 면치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옻골시장은 지난 96년 2월 한신.롯데 등 7천여세대의 아파트단지가 조성됨에 따라 상권이 형성됐으나 델타클럽의 개장으로 시장기능이 상실된 경우다.

태전종합시장도 40여 상가 중 7개 업소가 최근 폐업했으며 대부분 상가들의 매출이 평균 60%%정도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장에서 건어물과 쌀을 판매하고 있는 이현수씨는 "의류를 비롯한 공산품은 80%%, 농산물의 경우도 50%% 이상 매출이 줄었다"고 말했다.

칠곡지역의 구암.중앙.관음시장 등도 최근 매출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한편 대구의 중서부.동북부 슈퍼마켓협동조합은 북구 검단동과 산격동에 프라이스클럽.삼성홈플러스 등 대형할인점들이 개점을 앞두고 있는 것과 관련, 지난 15일 회의를 열고 양 조합이 연대해 대형할인점에 적극 대응해 나가자고 결의했다.

〈李庚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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