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입력 1997-07-21 14:30:00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하고 있는 용(龍)들도 이젠 내기꾼들의 베팅대상이다. 경마와 경륜경기의 치열함과 짜릿함에 조금도 손색없는 후보들간의 이전투구가 직장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돈질'을 하게 만든 모양이다. 예컨대 '이회창-이수성에 3만원' '이수성-이인제에 5만원'등. 마치 경마의 복승식처럼 1.2위를 알아 맞히는 게임이 유행이다. 이런 내기놀음이 삶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한 청량제 구실을 하면 좋으련만 그렇치만은 않은것 같다. 감원.명퇴.창업실패등 비전없는장래로 '한탕'이란 유혹에 쏠리게 되고 내기.복권.경마.도박판에는 실업자들이 아우성을 치고있다. 최근 1달러짜리 해외복권을 7천원에 팔아 부당이익을 챙긴 인터넷복권판매업자들도 우리사회의 빈틈을 교묘하게 악용한 샘플이다. 어느 집단이든 지도자의 지도력이 상실되면 그 사회는 '멍뚫린'이란 표현이 가장 알맞는 공백상태가 도래한다. 이때 판을 치는 것은 지도체제 와해에 따른 부정부패와 불확실한 미래를 신뢰하지 못함으로써 생기는 사행심 그리고 포기하면 얻어지는 좌절이 몰고오는 허무주의가 바로 그것이다. 곰곰 생각해 보면 우리 사회의 모습이 앞서말한 것과 너무 닮아 나라의 장래가 크게 걱정스럽다. 10대들의 탈선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에는 이들을 허무와 죽음으로 내모는 '악마주의' 음악이 상륙하여 문란한 성과 마약과더불어 서서히 퍼져 나가고 있다. '죽음의 흔적' '너를 죽이고 싶어' '내 피가 차가워 지네' '망치로 짓이긴 얼굴'등은 록그룹 '카니벌 콥스'(시체들의 카니벌)가 제작한 악마주의 음반 7종에 수록된 곡들이다. '허무보다 더 큰 파멸은 없다'는 말을 상기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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