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8.15특집극 내일이면 늦으리

입력 1997-07-21 14:51:00

최근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일본만화를 모방한 10대 청소년들의 비행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거의 치유불가능할 정도로 일본만화에 중독된 우리사회의 서글픈 자화상을 조명한 드라마가 선보일 예정이어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KBS가 8.15특집극으로 마련한 90분짜리 1부작 '내일이면 늦으리'(원작 이제하, 극본 이란)는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돼 있는 왜색문화, 그 가운데서도 특히 일본불량만화의 악영향을 고발하고자하는 의도에서 기획된 작품이다.

이야기는 아내를 잃고 일본만화에 푹 빠져있는 어린 딸을 혼자 키우고 있는 실패한 만화가 지망생 서형진이 어느날 M출판사의 편집장 자리를 제의받고 첫 출근하는 것으로 시작된다.M출판사는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김동규 사장과 백선미 기획실장이 실권을쥐고 있는 만화.어린이도서 전문출판사. 회사는 서형진에게 첫번째 임무로 일본만화를 표절한 만화선집을 제작하라고 주문한다. 하지만 그는 양심상 도저히 그렇게는 못하겠다고 버티며 여러가지 방법으로 경영진의 마음을 돌이켜보려고 애쓰지만 실패하고 만다. 하는 수 없이 그는 그림을그릴 만화가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설득작업을 전개, 한국적인 캐릭터를 살린 만화를 그리게 하는데 성공하지만 이사실을 알게 된 사장에 의해 쫓겨나고 만다.

이때 M출판사와 경쟁관계에 놓여 있는 S출판사가 펴낸 또다른 만화선집이 일본만화를 그대로 베꼈다는 폭로기사가 터지고 이것이 사회문제로 여론화되면서 상황이 역전돼 김사장은 스스로 내쫓았던 그를 부랴부랴 다시 불러들여 후반수정작업을 부탁한다. 이렇게 해서 순수 국산만화라는 광고와 함께 M출판사의 만화선집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게 되고 출판사 직원들은 모두 독자의 반응이 어떻게 나타날 것인지 손에 땀을 쥐며 결과를 기다린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M출판사의 만화선집은 비난의 냄비여론이 가라앉기를 기다려 재빨리 만화시장에 깔아놓은 S출판사의 만화선집에 밀려 맥을 못추고 만다. 세상은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었던 것이다.

연출을 맡은 고영탁PD는 "장기적으로 어차피 일본문화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겠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고유문화를 최대한 지키는 가운데 문제의식과 주체성을 갖고 수용해야하지 않겠느냐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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