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작가 발굴'을 표방한 현행 공모전의 또다른 병폐는 신진작가들의 '하향평준화' 현상.작가에 대한 지원·육성보다는 '격려성' 입선작을 남발, 입상을 기대한 작가 지망생들의 지속적출품을 유도함으로써 공모전 자체의 생명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2대1을 밑도는 상당수 공모전의 입선 경쟁률은 곧 공모전 유지를 위한 하나의 유인(誘引)인 셈이다.
각종 공모전 요강에는 통상 특·입선자 인원을 '약간명'으로 명시해두고 있으나 이것이 제대로지켜지는 예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지난 8일 심사를 끝낸 제17회 대구미술대전. 1백29점이 출품된 한국화부문의 경우 부문별 최우수상과 우수상을 포함한 입선작 이상이 67점, 2백17점 출품된 서양화부문이 1백9점, 62점이 출품된일러스트부문이 33점의 입선권이상 작품을 냈다. 27점 출품된 조각은 무려 22점이 최우수상과 우수상, 특·입선을 받았다.
출품자의 50%%이상이 입선권안에 든 것은 지난주 심사를 가진 제17회 대구공예대전과 대구서예대전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공예대전은 총 출품작 2백89점중 1백79점이, 5백42점이 출품된 서예대전에서는 2백88점이 입선권에 들어 공모전 심사의 후한 인심을 드러냈다.
한술 더떠 구상계열 우수작가 발굴을 취지로 내세운 미술그룹 한유회의 경우 지난해 열린 제4회공모전에서 출품작 1백41점의 65%%를 넘는 92명의 작품을 입선권에 선정, 출품자의 3분의2가량을 우수작가로 발굴하는 경이적인 성과(?)를 얻기도 했다.
이같은 '물반 고기반'식 입선작 선정은 유력 공모전 '출품' 자체까지도 작가 이력의 일부로 치는현 화단 풍토상 개인전 팸플릿에 하찮은 공모전 입선 경력 하나 정도는 있어야 체면유지를 할 수있다는 상당수 작가 지망생들의 사고와 맞물려 입상·입선을 위해 편법을 동원하는 역기능마저낳고 있다.
미발표작 출품을 원칙으로 하는 공모전에 과거 그룹전이나 개인전에 냈던 작품을 그대로 출품하는가하면 작품을 대신 제작해주거나 손봐주는 비양심적 행태도 서슴지 않는다는 것은 미술계의공공연한 비밀에 속한다.
서양화가 이모씨(35)는 "낙선작을 다른 여러 공모전에 내는 것은 애교에 속한다"며 "수년전 모 공모전에 선배가 그려준 작품으로 상을 받은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한국화를 전공한 이모씨(27)도 "출품전 지도교수에게 '그림 좀 봐달라'고 부탁하는 것은 미대생사이에선 자연스러운 일"이라 귀띔한다.
공모전의 권위와 격을 떨어뜨리는 '입선작 인플레'와 출품자들의 편법 구사가 계속되는 한 충실한 작품과 창조력있는 작가의 배출은 요원한 과제다.
〈金辰洙기자〉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