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방지협약 부도 부추긴다

입력 1997-07-17 14:56:00

"부도방지협약이냐, 부도촉진협약이냐"

기업의 도산을 막기위해 지난 4월부터 적용되고있는 부도방지협약이 부도를 오히려 부추긴다는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부도방지협약은 해당 대기업의 부도는 일시적으로 막을 수 있게 하지만 협력업체엔 자금난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총생산 물량중 40%%를 기아자동차에 납품하고있는 경북 구미시 ㄷ전자의 경우 보유중인 수억원대의 기아자동차 발행 어음을 전혀 할인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기아자동차에 생산 물량 전부를 납품하는 업체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부도방지협약 적용 기업의 협력업체라는 이유만으로 대외신용도가 급격히 추락해 가뜩이나 할인이 어려운 상업어음이 휴지조각처럼 변해버리는 일이 다반사다.

돈쓰기가 비교적 수월했던 대기업도 부도방지협약 적용이후 은행권에서 자금을 빌려쓰기가 더욱힘들어졌다. 담보가 있어도 은행들이 대기업에 대한 대출을 기피하고 있기 때문.지난 4월 진로그룹에 부도방지 협약이 첫 적용된 이후 전국규모 시중은행은 물론 대구·대동은행도 대기업에 대한 대출을 사실상 중단하고있다.

종금사도 부실징후가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대출금을 먼저 회수하려고 경쟁적으로 어음을 돌리고있어 부도방지협약이 부도를 촉진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더구나 부실이 나는 일이 거의 없는 회사채 지급보증의 경우도 부도방지협약 적용 이후 부실사례가 발생, 은행이 이자 및 원금을 대신 물어줘야 하는 경우가 일어나고 있다.

지역은행의 한 관계자는 "부도방지협약은 부도를 막기보다 시중 자금의 흐름을 왜곡시켜 기업과은행 모두에게 큰 타격을 입히고 있다"며 "전면적 재검토나 보완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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