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리스트 정가 쟁점화

입력 1997-07-11 15:24:00

'황장엽리스트'가 연말대선을 앞두고 또다시 정치권의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안기부는 10일 황씨의 기자회견에 앞서 발표문을 통해 "그가 조사과정에서 리스트같은 것을 제시하지않았지만 오랜 세월 고위층으로 있으면서 얻게된 북한의 대남공작 관련 사항과 평양 및 해외체류시 접촉했던 국내외 인물들에 대해 진술한바 있다"며 "대공혐의가 밝혀지는 대상에 대해선소정의 법적절차에 따라 처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즉 리스트라고 명명된 것은 없지만 사실상 이와같은 자료를 확보하고 있으며 이를 근거로 이미 내사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것을 강력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대해 국민회의와 자민련등 야권은 선거철이면 으레 북풍이 강타했다는 점을 떠올리며 잔뜩긴장하고 있다. 반면 신한국당은 리스트의 정치적 이용 가능성을 일축하는 가운데 국가보위차원의 조사는 이뤄져야한다는 입장이다.

국민회의는 11일 오전 당사에서 조세형총재권한대행 주재로 간부간담회를 열어 황씨 회견과 관련, 향후 정국을 전망한뒤 대응책을 논의했다.

김민석부대변인은 "황장엽리스트는 없다면서도 그가 접촉한 인물들을 진술했다고 발표한 대목은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말해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정치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을 경계했다. 게다가 정치인들중 연루인사가 드러날 경우 여야정당중 자신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게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깔려있다. 당이 황씨를 국회에 증인으로 출석시켜 진상을 조사해야 한다고 방침을정한 것도 이같은 우려를 앞장서 불식시키겠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다.

자민련도 대선정국에서의 악용가능성을 경계하고 있으나 보수정당임을 자처하는 만큼 국민회의에비해 여유있는 분위기다. "정부는 정치적 고려를 배제한채 황이 진술한 대남공작 관련 인물을 철저히 조사, 흐트러진 안보태세를 새로이 다져야 한다(안택수대변인)" "황씨의 진술내용을 끝까지추적, 대남책동을 철저히 분쇄해야 한다(이동복비서실장)"등의 발언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이에앞서 당내 소장파조직인'JP그룹'은 야권 단일후보자리를 차지하기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국민회의측에 타격을 줄 황리스트공개를 정부측에 요구하는 방안을 김총재에게 건의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신한국당의 경우 황리스트를 처음 거론했던 정형근의원이 "황씨의 진술내용이 리스트에 준하는 것으로 보고 추적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해이해진 대북경각심을 다시 고취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수사를 강력요구하고 있다.

〈徐奉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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