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黃長燁) 전북한노동당비서는 서울에서 한국사회와 자본주의를 살펴보며 80일을 보냈다.황씨는 지난 4월20일 서울에 도착한뒤 "이제야 마음이 놓인다"며 탈북 직후의 초조와 불안을 씻어내고 앞으로 통일을 이룩하는데 기여하겠다는 다짐으로 새생활을 시작했다.
도착 나흘째인 4월23일 동작동 국립묘지 참배시 망명록에 '조국과 민족을 위해 한생을 바친 애국렬(열)사들에게 숭고한 경의를 표하며 명복을 빕니다. 그뜻을 따라배우며 민족 앞에 지은 죄를 씻고서 충성을 받칠 것을 맹세합니다'라고 적었다.
그는 맹세대로 적극적으로 '한국 이해하기'에 나섰다.
황씨는 안가생활에 만족을 표시하면서 과거처럼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하루를시작했다. 가끔20~30분간 안가 주변을 산책하거나 간단한 운동도 했다.
건강진단 결과 황씨의 우측 성대에 결절(일종의 작은 혹)이 발견됐다. 이것이 탁한 목소리의 원인이었다. 그러나 별다른 이상은 없어 몸무게가 55㎏에서 57㎏으로 늘어났다. 김덕홍(金德弘)씨도72㎏에서 75㎏으로 몸무게가 늘었다.
황씨는 소식주의자였으며, 맵고 짠 음식은 먹지 못한다면서 빵, 과일, 야채, 요구르트 등을 즐겼다. 그를 지켜본 우리측 관계자는 "황씨는 자본주의 생활에 익숙한 우리들보다도 더 발달되고 정교한 다이어트를 실천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의경우 제공되는 음식을 가리지 않고 대부분먹었다.
황씨는 안가에서 "원래 TV시청을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입국 직후에는 TV를 멀리했으나 최근에는 "남한 실상을 빨리 파악해야겠다"며 주요 일간신문을 읽고 TV를 매일 시청하고 있다.그러나 일상은 노철학자답게 대부분 독서와 집필로 소일했다. 특히 자신의 과거논문 개작에 매달려 우리 관계자들에게 한문옥편, 세계문학전집, 세계사, 한국어 백과사전, 경제학 사전, 영한사전,한글사전 등을 요청하기도 했다. 여기에 꼬박꼬박하루 1시간씩의 영어공부도 곁들였다.황씨는 때때로 일반인의 눈을 피해 서울시내 구경이나 지방 산업시찰에 나섰다. 부평 대우자동차,수원 삼성전자, 울산의 현대중공업, 고려합섬, 유공, 청주의 LG화학 등을 둘러보고 독립기념관, 경복궁, 비원, 민속촌,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 남대문 시장, 잠실 롯데백화점 등지도 다녀왔다."세계로 약진하는 조국을 보니 민족적 긍지를 느낀다"는 게 황씨의 소감이었다. 김씨도 "고속도로를 오가는 대형트력 등 물동량만 보아도 남한 산업이 살아 움직이는 것은 느낀다"고 놀라워했다.공장 자동화와 조업시간, 생산직과 관리직의 비율, 서울의 공해문제, 농민들의 생활과 생활수준등도 황씨의 관심사였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황씨와 김씨를 대상으로 한 조사는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됐던 것으로 보인다. 안기부는 이들이 "관계당국의 조사에 적극 협조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또 안기부, 통일·안보관련부처, 미중앙정보국(CIA) 관계자들과 만나 북한의 정세를 진술했다. 조사는 일반적인 탈북자들과는 달리 고위수사관, 북한전문가, 심리학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세미나 또는 대담형식으로 진행됐다.
이들은 1차 조사과정을 마친후 "민족통일을 이룩하는데 전력투구 하겠다"는 각오를 피력하면서도앞으로 할 일이 많은데 나이가 많다고 걱정하기도 했다.
황씨는 '서울 친구들'도 만났다. 안가에 머무르면서 평양상고 동문들, 김일성대학 제자들과 만나그동안의 안부를 묻고 밀린 얘기들을 나눴다.
황씨는 80일간 자신이 살아온 사회와 전혀 이질적인 사회에 '연착륙'하는데 일단 성공한 것으로보인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