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입력 1997-07-05 14:33:00

중국에 청사(淸史)란 필명의 학자는 이름값을 하느라 그랬는지 지난 반세기동안 어거지로 버텨온거짓말을 곧추세웠다. 정말 청사(靑史)에 빛날 일이다. 청사는 중국 공산당 공식 기관지인 '백년조류'에서 '한국전쟁은 남한이 도발한 침략전쟁'이란 중국정부의 이전까지의 공식입장을 부정하는 논문을 실었다. 학자적 양심에 따라 독자적으로 이 논문을 썼다면 대단한 용기이며, 중국정부의 입장을 재정립하기 위함이라면 외교정책의 변화를 시사하는 대목이다. 중국은 6개월전에 출간한 중학교 교과서에도 '북침설'을 고수했고 미제국주의자들이 합세한 북침이 대만과의 재통일을 방해했다고 주장했었다. 중국정부의 갑작스런 '남침설'선회는 다음달 5일로 예정되어 있는 4자회담 예비접촉을 준비함에 있어 '북침고수'가 상당한 걸림돌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 정리할 것들을 미리 정리한 듯하다. 거짓말도 자꾸 자꾸 오래 계속하면 참말처럼 변한다. 그것은 화자(話者)에게도 청자(聽者)에게도 의식의 최면상태가 계속되어 나중에는 '긴가 민가'로 모호해졌다가 '아마 그럴것'으로 바뀌게 된다. 공자도 이런 것을 '덕(德)의 적(賊)'이라 규정했다.벼를 닮은 피와 아악을 닮은 정(鄭)나라의 음악이 진실을 흐트린다하여 옛부터 경계해 왔다. 청사의 주장은 매우 정당했고 이 논문은 대단히 가치있는 글이었다. "한국전쟁은 중국의 주장처럼영광스런 승리가 아니라 스탈린의 수중에 놀아난 중국의 대실수였다" "미국이 참전, 38선을 넘는다면 중국은 군대를 보내 북한을 도울 것"이란 약속이 끝내 역사에 누가 되었다고 청사는 지적했다. 실로 반세기만에 '북침설'을 부정한 중국의 용기를 북한도 배워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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