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내기바둑에 망친 청춘

입력 1997-07-04 00:00:00

"바둑때문에 철창까지 갈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지난해 3월 보험영업을 위해 남구 대명5동 ㅊ기원을 찾았던 한모씨(29)는 바둑을 한판하라는 원장의 말에 10점을 깔고 1급 실력인 김모씨(36·무직)와 내기 바둑을 뒀다. 내기를 하면 바둑이 빨리 는다는 말때문에 한판에 3만원을 걸었다.

군대시절 바둑을 몇판씩 뒀던 18급짜리 한씨는 김씨에게 박빙의 차이로 지긴 했지만 3할 이상의승률을 유지했다. 임상병리사였던 한씨가 한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보험영업에 뛰어든 터라 '본전'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판돈도 올라가 1백만원에 이르렀다.

한씨는 결국 5개월만에 4천만원을 날렸다. 수년동안 임상병리사로 일하면서 결혼 밑천으로 모아뒀던 6백만원도 고스란히 사라졌다. 4천만원 속엔 집을 담보로 신협에서 얻었던 3천만원과 친구에게 빌린 돈까지 포함돼 있었다. 주변에 고개를 들 수 없었지만 가족들은 한씨를 용서해 주고빚진 돈을 갚아줬다.

지난해 10월부터 한씨는 마음을 고쳐먹고 ㄱ병원에 취직, 임상병리사로 일했다. 그러나 억울함을누를 수 없어 다시 기원을 찾았다. 가족들의 눈을 피해 신용카드 7개로 대출을 했고 할부금융으로 컴퓨터를 산 뒤 이를 반값에 되팔아 돈을 마련했다. 이렇게 해서 날린 돈이 또 3천만원. 이젠가족들도 한씨를 도와주지 않았다.

대구 남부경찰서는 4일 카드대금을 갚지못한 한씨와 내기 바둑을 한 김씨를 사기와 상습 도박혐의로 각각 구속했다. 기원원장 하모씨(42)와 한씨와 내기를 한 정모(37), 박모씨(42)도 전국에 지명수배했다.

"잘못에 대한 죄값을 치를 수 있어 오히려 속이 후련합니다. 다만 '눈 먼 돈'을 벌려고 일을 내팽개치며 내기바둑에 손을 대는 사람이 더이상 생기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검찰 송치를 눈앞에 둔한씨의 마지막 충고였다.

〈全桂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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