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발협 중립선언 배경 뭘까

입력 1997-07-03 15:19:00

신한국당내 최대계파인 범민주계 정발협이 2일 특정주자를 지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돌연 발표한 이면에는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 이회창(李會昌)고문의 미묘한 '줄다리기'가 있었을 것이라는추측이 일고 있다.

이고문은 이날낮 경기지역 지구당을 순회하던 중 광명시내 한 음식점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날 김대통령에 마지막 주례보고를 하면서 정발협 문제도 논의했음을 사실상 시인했다.이고문은 '주례보고에서 정발협 문제도 논의했느냐'는 질문에 "여러가지 당내보고사항을 얘기했다"고 말했다.

대표직을 내놓은 마지막 주례보고에서 정발협이 특정주자를 지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대한 논의가 있었음을 사실상 시인하는 발언이다.

김대통령과 이고문이 정발협 문제를 논의할 당시의 '분위기'에 대해서는 그러나 시각에 따라 엇갈린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당주변에서는 우선 이고문이 김대통령에게 정발협 해체를 강력히 요구, 분위기가 '심각'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일고 있다. 이고문이 대표직을 내놓으면서 '작심'을 하고 정발협 해체를 요구했다는것이다.

이고문은 그러나 "주례보고는 분위기가 매우 좋았다"고 말했다는 것이 하순봉(河舜鳳)전대표비서실장의 설명이다.

하실장은 "이고문이 어제 오후 주례보고를 마치고 당으로 돌아오는 승용차안에서 '대표서리에 이만섭(李萬燮)고문을 지명했다'는 라디오 뉴스를 들으며 '주례보고는 잘됐다. 분위기가 아주 좋았다'고 말하더라"고 소개했다.

주례보고 당시의 실제 분위기가 어땠는지가 분명하지 않듯 정발협이 중립을 결정한 시점과 방식에 대해서도 양론이 있다.

하나는 정발협 서청원(徐淸源)간사장이 먼저 김광일(金光一)대통령정치특보를 통해 김대통령에게"대표서리체제가 도입되면 정발협은 순수 친목·연구단체로 남을 수 있다"는 뜻을 전달했다는 설이고, 다른 하나는 주례보고 직후 김대통령이 김특보를 정발협 서석재(徐錫宰)공동의장과 접촉시켜 중립지침을 내렸다는 설이다.

이 가운데 어느 쪽이 맞는 것인지는 주례보고의 분위기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있으며, 김대통령과이고문의 관계가 '우호관계'인지, 아니면 '긴장관계'인지를 탐지하는 중요한 변수가 되는게 사실이다.

이고문은 "대통령께서 그동안 중립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여러차례 강조하지 않았느냐"면서 "김심은 끝까지 중립을 지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김심이 지지하는 것으로 보느냐'는질문에 대해서는 "그렇게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고문은 그러면서 '정발협은 사실상 해체되는게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그렇지 않을 것이다. 설립목적이 친목을 도모하고 연구하는 것이니까 계속 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정발협이 표면적으로는 특정주자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물밑에서 모종의 '역할'을 계속할 가능성을 여전히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 언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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