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입력 1997-07-03 14:43:00

북한이 '체제불안'이란 악몽을 떨쳐버리려는 듯 전혀 다른 모습으로 국제사회에 얼굴을 내밀고있다. 2일 최종 확정된 KEDO(한반도 에너지개발기구)와 북한간의 경수로사업 세부사항도 큰 마찰이나 불평없이 '좋은게 좋은'식으로 결말이 났다. 종전 같았으면 '감놓을 자리에 웬 배냐'는 등으로 꼬투리를 잡았을텐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경수로기획단 관계자들은 "95년 12월에체결된 공급협정이 모법(母法)이라면 6개의 의정서는 시행령이며 이번 합의는 시행세칙에 해당된다"며 만족해했다. 모두 11개 문건으로 구성된 전화번호부 두께만큼 분량이 많은 이번 합의는비자없는 출입국.北해군 KEDO선박 안전보장.전용통신선은 물론 우체국설치등 괄목할만한 성숙도를 보이고 있다. 닫혀있는 국가를 열린 문으로 들여다 보는 재미를 느끼게 된다. 북한의 변하는모습이 최근들어 조금씩 눈에 띈다. 북한은 그들의 체제가 개방과 동시에 '무우에 가을바람들듯'할까봐서 나진.선봉지구만 빗장을 풀었을뿐 나머지 북한전역은 꽁꽁 잠가뒀었다. 그러나 기아와탈출 그리고 내부붕괴가 시작될 조짐을 보이자 북한전역을 외국인 투자지역으로 개방할 뜻을 비추고 있다. 북한은 개방을 전제로 37개 프로젝트를 UNIDO(유엔공업개발기구)에 제출했다니 이것또한 괄목할만한 변혁이다. 오는 8월5일이면 4자회담 예비회담이 뉴욕에서 열린다. KEDO의 경수로 사업을 비롯하여 국제사회의 대북한사업이 한반도의 항구적 안정속에서 다같이 잘살아 보자는 '국제새마을사업'이란 뜻 외에 다른 뜻은 없다. 북한은 국제사회가 제마다 하나씩 들고 있는 '북한붕괴시계'를 빌려와 들여다 보기 바란다. 지금 몇시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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