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판도라의 상자

입력 1997-06-28 00:00:00

요즘 주말에 교외로 나가보면 온통 싱그러운 초록의 물결이 일렁이고 있다. 대지는 머금고 있던자양분을 모든 식물에게 무한으로 베풀어 주며 한 점의 바람도 없는 포근한 어머니의 모습으로다가와 평화로움을 안겨준다.

시대가 아무리 급박하고 변화무상해도 자연의 순리는 한치의 흔들림 없이 순조로운 항행을 계속하고 있다. 자연속에 들어가 동화되면 편안한 마음을 지니며 삶의 풋풋한 향기가 실려옴을 느낄수가 있다. 하지만 현실속으로 들어오면 가슴이 저려옴을 금할 수가 없다. 자신의 부족함만으로돌리기에는 여기저기서 앞날을 걱정하는 파문이 너무 크다.

그리스 신화속에 나오는 판도라 의 상자. 여신이 인간세계에 오면서 가지고 온 것으로서 절대 열어보면 안된다는 약속을 했던 상자였다. 호기심을 참을 수 없어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상자를 여는 순간 온갖 재앙이 튀어나와 지상에 넘치게 되었으나 '희망'만이 남겨져 그나마 위안을 주고있었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실로 콘크리트 장벽속에서 시대의 격동기를 맞이해 살아가는 현실이지만 오늘 아침 '희망'을 떠올려본 것은 시멘트를 바른 마당에 세월의 흔적으로 파여진 반경 1m도 채 안되는 곳에 홀씨가날아와 꿋꿋한 싹을 틔웠다는 사실때문이다.

새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고통이 따르지 않을 수가 없다. 현실이 폭풍전야와도 같은 고요함과 지루함으로 다가올지 모르지만 씨앗은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듯. 우리네의 삶에도 한줄기 서광이비쳐오고 있음을 새 생명을 바라보며 확인하라. 희망의 속삭임에 귀 기울이며 모두가 찬란한 여명의 역사가 지평선 너머에서 떠오르기를 두손모아 기원해 보자.

〈대구 상서여상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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