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앞둔 나상우교장

입력 1997-06-27 00:00:00

"후배에 짐지우고 떠나 마음아파"

촌지 파문으로 휘청거리는 교육계에 자정(自淨) 노력을 당부한 경동초등학교 나상우(羅相佑)교장은 '격려'와 '비난'을 함께 받고 있다.

"인정하기 싫은 현실을 용기있게 꼬집었다"는 격려 전화가 많았다. 반면 "대구지역 학부모와 교사들을 무더기로 매도했다"는 분에 찬 항의와 "도대체 1년에 승용차 1대 뽑을 수 있는 '물 좋은' 학교가 어디냐" "당신은 촌지 한번 받은 적 없는 청렴결백한 교사였느냐"는 인신공격도 감수해야했다.

"학부형이라고 밝힌 어느 여자분은 45년째 교직에 몸담는 저에게 '촌지 주는 것을 봤느냐'고 묻더군요. 학부모 연대서명을 통해 공개 사과를 받아내겠답니다. '촌지를 주지말자'는 제 말에 학부모가 왜 화를 내는지 모르겠습니다"

나교장은 자신의 촌지 관련 발언이 교육계의 전반적인 부조리를 뜻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일부 촌지 교사에 의해 교육계 전체가 매도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는 것.

"제가 아는 한 교사는 학부모가 전해온 촌지를 등기우편으로 반송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뜻이곡해될까봐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말했다더군요. 어떤 교사는 학부모가 준 돈으로 학생들 간식을 사먹였습니다. 돈이 모자라 자기 돈을 보탰지요"

앞으로 20여일만 지나면 나교장은 평생을 몸담아 온 교단을 떠나야 한다. 후배들에게 짐만 지워준 못난 선배로 남는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아이들이 떠난 교정을 바라보는 노(老)교장의 얼굴엔 쓸쓸함이 감돌았다.

〈金秀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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