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의미

입력 1997-06-27 00:00:00

우여곡절 끝에 실현된 27일 오전(현지시간 26일 오후) 유엔주재 미국대표부에서의 한·미정상회담은 양국간 시급히 논의할 현안이 있었다기보다는 두 나라가 서로 중요한 동반자임을 다시한번확인한 자리였다는데 의미가 있다.

이번 뉴욕회담의 핵심은 지난해 4월 제주회담에서 양국정상이 처음 제의한 한반도4자회담이 어느정도 성사의 방향타를 잡은 만큼 정상차원에서 대북정책에 관한 공조를 더욱 다지자는 것이다.따라서 이날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 빌 클린턴대통령은 무엇보다 대북 공조방안 협의에 중점을두었다.

두 정상은 북한의 식량문제와 관련, 그동안 국제기구의 인도적 대북 지원요청에 양국이 긴밀한협조하에 동참해온 것을 평가하고 앞으로도 이런 정책기조를 유지해 나가기로 뜻을 같이 했다.김대통령은 "북한의 식량 문제는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다. 인도적 차원의 지원도 지원이지만 농업생산성 제고 등 장기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강조, 어디까지나 4자회담 테두리안에서 논의돼야 한다는 기본입장을 설명했다. 즉 정부차원의 대규모 지원은 한반도 긴장완화와신뢰구축 조치의 일환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얘기다.

이같은 우리측 원칙에 대해 클린턴대통령도 인식을 같이 하고"양국간 공조체제는 빈틈없는 한·미 안보동맹관계에 기초를 두고 있다"고 화답했다.

또 두 정상은 최근 북한이 4자회담을 원칙적으로 수락한 점을 평가하고 오는 8월초 제네바에서열기로 한 남북한 및 미국·중국 등 4개국 예비회담때 본회담이 조속히 성사될 수 있도록 북한의적극적인 호응을 촉구해 나가기로했다. 아울러 경수로건설 지원과 관련, 두 정상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주도하는 그동안의 활동결과에 만족을 표시. 김대통령은 경수로 사업에 대해제네바 합의이행에 관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가능한 한 올 여름중에 부지공사 착공이 이루어질수있도록 노력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양국 정상의 대좌는 지난해 11월 아·태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 참석중 필리핀 마닐라에서 만난 이후 7개월만이며 클린턴대통령의 재선이후 처음이다.

우리 정부는 북한잠수함 침투사건에 대한 공식적 사과를 이끌어 낸 마닐라회담때와 같이 굳건한대북공조를 또 한번 과시한다는 방침아래 이번 회담을 준비했다. 그러나 이번 회담은 서로 바쁜일정때문에 추진과정서부터 시간적 제약을 많이 받았다. 특히 미국은 유엔 등 다자회담의 무대에서는 개별정상회담을 하지 않는다는 자국의 외교적 관행을 깨면서까지 한국과의 회담을 수용, 한반도에 대한 각별한 이해와 관심을 표시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뉴욕·吳起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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