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반환 카운트다운

입력 1997-06-26 15:11:00

"7월1일 식민지-156년 마감"

6백30만 인구에 60여종의 일간지와 6백여개의 잡지가 난립하는 '언론 천국' 홍콩. 아시아에서 보도자유부문 2위, 국내외 뉴스 보도의 질 1위라는 최근의 한 여론조사에서 보듯 홍콩 언론은 최고의 자유를 누려왔다.

그러나 이것도 옛말이 될것 같다. 주권반환을 앞두고 가속화되고 있는 중국의 홍콩 길들이기에언론들이 이미 자율적인 검열로 화답하고 있다는 비난이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중국의 홍콩 언론에 대한 입장은 단호하다. 중국의 미묘한 정치문제나 대만과의 양안관계, 티베트를 비롯한 소수민족문제 등에 대해 일절 관여하지 말라는 것. 이같은 문제를 거리낌없이 비판해온 언론에 대해 구두 경고는 물론 실력 행사도 불사하고 있다. 지난 95년 북경에서 중국의 금리관련 뉴스를 취재하다 체포돼 12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지난 1월 25일 가석방된 명보(明報)의석양(席揚)기자가 대표적인 케이스.

홍콩 언론들이 중국 비판을 자제하고 친(親) 중국으로 선회하기 시작한 징후는 곳곳에서 나타난다. 대표적인 정론지를 자부하던 명보는 사실상 중국이 임명한 임시 입법회 구성, 홍콩 민주세력의 상징인 이주명(李柱銘) 민주당 주석의 미국 방문 등에 대해 침묵을 지키거나 중국의 편을 들어 민주세력들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했다.

정론 영자지로 평가받던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도 친 중국계 말레이시아 화교인 사주 곽학년(郭鶴年)의 영향을 받아 논조가 변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는 문화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섹스와 폭력 액션물로 아시아의 할리우드로 번성을 누리던 홍콩 영화계도 예외일수 없다. 북경당국이 홍콩의 영화 제작을 엄격히 통제하는 가이드라인을 적용할지는 두고봐야 알겠지만, 영화제작자들이 철퇴를 맞기 전에 알아서 자율규제를 하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학술계도 중국측을 자극하는 민감한 부문에 대한 연구나 발표를 자제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또 북경 당국은 주권반환 이후에도 홍콩 종교의 자유를 허용한다고 다짐하고 있지만, 단기적으론큰 변화가 없더라도 결국에는 탄압하지 않겠느냐는 불안감이 도사리고 있다.

홍콩 기독교계는 중국이 종교자유를 헌법에 명문화했음에도 불구, 지난 49년 건국이래 종교를 탄압해온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또 티베트, 신강(新疆). 위구르 자치구의 분리·독립운동도 종교가정신적 지주가 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이 홍콩의 기독교문제를 강건너 불구경하듯 놔두지는 않을것이라는 얘기다.

이같은 우려때문에 홍콩에서 가장 오래된 기독교단체중 하나인 해외선교회가 지난 춘정(春正·설날)때 본부를 싱가포르로 옮겼고, 최근 수년사이 수백여명의 목사들이 홍콩을 떠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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