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확정 은행소유구조 개편안

입력 1997-06-25 15:30:00

"은행 1인 지배주주 불허"

정부가 확정한 은행소유구조 개편방안의 핵심은 은행에 1인 지배주주의 출현을 허용하지 않되 다수의 대주주가 공동으로 은행경영을 책임지도록 한다는 것이다.

즉 금융개혁위원회의 건의대로 현재 4%%(시중은행)로 제한되어 있는 1인당 소유지분한도 규제를풀 경우 아무리 엄격한 조건을 달아도 현 상황에서는 은행을 재벌에 넘겨주는 것 밖에 안되기 때문에 책임경영체제 확립을 위한 '은행의 주인 찾아주기'는 주주권 행사의 제약을 없애는 방향으로 해결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주주대표가 될 수 없었던 5대 재벌에 대해 주주대표 자격을 부여, 비상임이사로 은행경영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따라서 은행에 책임경영체제 확립을 내세워 은행의 지배를 시도해왔던 재벌의 의도는 일단 무산됐다. 그러나 5대 재벌이 비상임이사로 은행경영에 참여할 수 있게 됨으로써 이들이 연합해 은행을 사실상 지배할 수 있는 길도 열리게 됐다.

그러나 이는 '은행의 주인 찾아주기'와 '산업자본의 은행 지배방지'의 어정쩡한 절충이라는 점에서 과연 정부가 의도한대로 은행을 재벌에 넘겨주지 않으면서 책임경영체제를 확립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전문가들은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또 내년말부터 외국은행의 1백%% 현지법인 설립이 허용되는 만큼 현재의 지분소유한도를 그대로 둘 경우 국내인에 대한 역차별이 된다는 점에서 정부의 확정안은 또한번 개편될 여지를 안고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같은 점들에 비춰 정부의 이번 개편안은 대선을 앞두고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선택한 현상유지라고 지적할 수 있다.

은행 지분소유한도 규제 폐지는 정부가 허용키로한 금융지주회사의 활성화에도 관련된 문제이기도 하다. 정부는 은행, 증권, 보험, 종금사 등 각종 금융기관을 1백%% 자회사 형태로 소유하는금융지주회사의 설립을 허용키로 방침을 정해놓고도 유독 은행자회사에 대해서는 지주회사의 소유지분한도를 4%%(시중은행 기준)로 제한하고 있다. 이는 금융지주회사의 설립을 허용하되 재벌이 지주회사를 통해 은행을 우회적으로 지배하는 사례를 막겠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될 경우 은행을 자회사로 둔 금융지주회사는 당분간 나타나지 못할 전망이다. 따라서 은행을 소유한 명실상부한 금융그룹의 출현 등 금융산업 개편의 촉진도 크게 기대할 수 없는 형편이다.

따라서 외국은행의 국내 진출에 따른 국내인에 대한 역차별 해소나 금융산업개편 촉진 등에 비춰은행 소유지분 한도 규제는 한시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전망이다.

〈鄭敬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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