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저질성명 난무

입력 1997-06-23 00:00:00

"선관위 사례집 발간"

여야 대변인들의 성명은 우리 정치문화의 수준을 드러내는 척도다. 여야관계가 악화되거나 막후대화가 전무한 상태에서는 여야간에 수준이하의 인신공격성 비난성명이 난무하게 마련이다.아니나 다를까. 대선을 앞둔 여야는 연일 성명을 통해 상대 당의 예비주자들을 비난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수준이하의 저질성 성명도 걸러지지 않은채 쏟아져 나온다. 여야 모두 대변인을 상대당을 비난하는 전위대로 활용하고 있다.

이에 중앙선관위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선관위는 현재와 같이 저질 비방전이 계속될 경우 연말대선 혼탁은 물론 대변인실이 흑색선전의 합법적 도구로 전락할 수도 있다며 그동안의 여야대변인실이 낸 성명과 논평 등을 분석, 사례집을 작성했다.

선관위가 저질성명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은 것은 신한국당대변인실이 지난13일 낸 성명이다. 국민회의 김대중총재가 이미지 쇄신을 위해 여성의원이 각종 행사에 수행하는 것을'성'(性)에 연결시켜"쇠잔한 기를 여성의 기로 보충하려는 것"이라고 표현한 사례다. 또 신한국당이 지난 2일 "과거의 검은때가 잔뜩 묻은 자민련 김종필총재"라는 표현도 저질로 분류됐다.

신한국당이 야권의 두 총재를 비난한 표현이 문제됐다면 신한국당 경선주자들을 비난한 야권의표현들도 '갈 데까지 갔다'는 지적을 받았다. 국민회의가 최근 당보에서 "뺀질이형 이회창, 뒷골목형 이수성, 좌충우돌형 박찬종, 오리발형 김덕룡"이라고 비난한 부분이 먼저 도마위에 올랐다.이밖에"오만과 독선을 일삼는 리틀YS의 모습"등의 표현도 인격모독성 성명으로 지적됐다.자민련도 예외는 아니었다. 신한국당 이대표에게 집중된 '정치풋내기에 사상 검증이 안된 오뉴월수양버들','걸핏하면 사표를 내는 A급 독불장군'등의 원색적인 표현들이 저질사례로 꼽혔다.그러나 자민련에 이어 신한국당의 대선주자가 결정되고 대선전이 본격화되면 성명과 논평을 통한상대후보 흠집내기 경쟁은 대선전략의 일환으로 재연될 공산이 높다.

〈徐明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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