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본 정상회담장 표정

입력 1997-06-19 14:30:00

덴버 8개국정상회담의 공식회의는 21일(현지시간) 덴버 중앙도서관 1층 회의실에서 열린다.정상들은 간단한 '실무 오찬'을 먹으면서 길이 13.1m 폭 6.4m크기의 긴 직사각형 나무 테이블 양쪽에 나눠앉아 이날 하루 내내 회의를 계속하게 된다.

정상들의 면면과 회담에 임하는 각국 정상의 입장을 바탕으로 회담장 분위기를 미리 구성해본다.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이제 나이 50이 된 이번 회담의 호스트. 옆사람과 잡담 나누기를 좋아하는 평소의 성격을 십분 발휘, 이번 회담장에서 서로 앙숙관계인 옐친 러시아 대통령과 시라크프랑스 대통령 사이에 끼어앉아 어색한 분위기를 막아야 할 판이다. 그는 앞자리에는 블레어 영국 총리가 마주 앉아 이 두정상은 지난 80년대 레이건-대처 양 정상이 구가했던 미·영 양국의멋진 하모니를 다시 연출할 것으로 보인다.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최근 18년간의 보수당 집권을 깨고 정권교체를 이룩한 패기만만한 올44세의 젊은 지도자. 서방 정상회담 신입생인 그는 베이비 붐 세대에다 젊은 리더십으로 클린턴의 이미지와 비슷하다는 세평 덕분에 이미 '블린턴'이란 별명을 얻은 바 있다. 영국의 명문 옥스포드대 출신으로 정책토론 벌이기를 좋아하며, 특히 음식을 빨리 먹기로 유명하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대통령=클린턴 대통령 바로 옆에 앉아 특유의 주름진 얼굴로 회담장에 보수의 분위기를 흠뻑 안겨줄 올 64세의 파란만장한 지도자. 드골혁명 시절부터 드골의 측근으로활동해왔던 골수 보수주의자 행정관료 출신으로 한때 미테랑 대통령의 사회당 정권이 들어섰을때 유권자들로부터 사회주의자와 '동거'했다는 낙인이 찍혀 5년 동안 공직을 떠나있기도 했다. 그는 국제사회에서 '프랑스 특권'을 고집하고 있다.

▲헬무트 콜 독일총리=G7정상회담 멤버 가운데 최고참. 올 67세인 그는 과거 약20년동안 G7정상회담에 출석해온 터줏대감이다. 무뚝뚝한 인상에 거구인 콜 총리는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는 미식가라는 점에서 유일하게 클린턴 대통령보다 한 수 위라는 평을 받고 있다. 그는 두 아들을 미국에 유학시키고 있으며, 옐친 대통령과 자주 만난 적이 있어 연회장 등에서 정상회담 초심자인옐친대통령을 주로 가이드해 줄 것으로 보인다.

▲하시모토 류타로 일본총리=검은 머리를 올백으로 빗어넘긴 위트가 뛰어난 일본신사. 올 59세인 그는 회담 개막 하루전에 덴버에 도착, 그의 취미인 사진촬영에 나섰다. 96년 총리 취임 이후국제사회에 일본의 국가위상을 끌어올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던 그는 두차례나 에베레스트를등정하기도 했고 미키 캔터 미상무장관에게 검도를 가르친 적도 있어 서방지도자들 사이에 화제거리는 충분한 편이다.

▲장 크레티엥 캐나다 총리=그는 37일간의 사력을 다한 선거운동 끝에 지난 2일 결판이 난 총선에서 의석을 많이 뺏겨 탈진상태에 있다. 올 63세의 그는 그러나 평소 그의 '정치적 본능'을 무척자랑한다. 클린턴 대통령과는 같이 골프를 치며 교유를 나누기도 했다. 영어가 서툴러 '토막 영어'로 이름난 그는 평소 행동이 매우 사려깊으며 캐나다에 대한 강렬한 애국심을 갖고 있다.

▲로마노 프로디 이탈리아 총리=그는 크레티엥 총리 맞은 편에 앉게 된다. 프로디 총리가 정상회담의 토론을 주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그는 온화하고 친근감이있으며 동시에 지적인 주장이 매우 강한 성품의 인물로 알려져 있다. 올 57세의 경제학자 출신인그는 늘 회색 양복과 낡은 스웨터를 즐겨 입으며, 달리기와 자전거 타기를 좋아하는 서민적 풍모를 갖고 있다.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이번 정상회담에서 그 행동이나 발언을 가장 예측하기 힘든 '와일드 카드'로 꼽히고 있다. 시베리아 벽돌공의 아들로 태어난 '백곰'을 연상케하는 66세의 옐친대통령은 만나는 사람을 덥썩 포옹하는 특유의 인사법과 앞뒤를 가리지 않는 행동으로 회담장에 '야성미'를 물씬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는 선진국 경제문제를 다루는 정상회담에는 참석하지 않는 '정치 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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