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9년, 심산 김창숙(心山 金昌淑) 선생이 주동이 되어 파리평화회의에 보낼 독립탄원서를 만들때의 일이다. 김창숙은 유림(儒林)의 힘을 밀집하여 조국광복의 한 밑거름으로 삼기 위해서, 각 문중(門中)으로 취지문을 보냈다. 이에 앞으로 닥쳐올 고초가 겁나 망설인 사람들도 없지는 않았지만, 대개는 호응을 하였다.
이때 한 문중의 늙은 종손(宗孫)도 앞장서서 서명을 하였다. 서명을 한 많은 사람들이 잡혀들어갔다. 그런데 어쩐일인지 이 종손은 잡혀들어가지 않았다.
이 종손은 같이 서명한 사람들이 초주검이 되어 나오는 것을 보고 견딜수가 없었다. 이 종손은일본경찰서로 가서 "우리 문중에서는 내가 맨먼저 서명을 했다. 그런데 왜 나는 잡아가지 않느냐"고 따졌다. 그러나 경찰서에서는 번번이 거절하였다.
나중에야 이 종손은 자신의 이름이 아들에 의해 지워진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아들은 아버지가연로하셨기에 고문을 이겨내지 못하고 병을 얻을까 걱정하여, 아버지의 이름을 지우고 자신의 이름을 대신 써 넣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이 종손은 자신만이 빠진 것이 괴로웠다. 다시는 아들의 얼굴을 보려하지 않았다. 이 종손은 직접 경찰서로 가서 일제에 항거하였다. 그러다가 끝내 자리에 눕게 되었는데 쉽게 임종을하지 못하였다. 아들의 모습이 보이자 더욱 괴로워하였다. 이에 문중 어른들이 아들에게 잠시 자리를 뜨게하여 보이지 않게 하자 그 종손은 오래도록 헉헉거리던 동작을 멈추고 비로소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자신의 신념을 위해 괴로워했던 한 선비의 모습이다. 대의를 위해 괴로워하는 모습은 정녕 아름답다.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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