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 김정희는 일찍이 '글씨의 법도는 텅비어서 움직이는 것'이라면서 그 이치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붓은 손가락에 의해 움직이나 손가락은 손목에 의해, 손목은 팔뚝에 의해, 팔뚝은 어깨에 의해 움직인다. 이 모든 것은 오른쪽에 해당하므로 오른쪽의 힘을 빼야 힘 있는 글씨를 쓸수 있다고 했다. 다시말해 오른쪽의 힘을 비울때 비로소 '붓의 힘이 종이를 뚫고 먹물이 붓을 통해 맑게 흘러내린다'고 강조했다.
이 법칙은 스포츠에도 적용된다. 잘은 모르지만 골프를 칠때도 힘빼기를 배우는데 10년이 걸린다고 한다. 권투와 야구를 할때도 오른쪽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으면 펀치력을 발휘할 수 없고 강속구를 던질 수 없다. 그러나 힘빼기나 힘비우기는 충실이 전제돼야 한다. 글씨를 쓸때 오른쪽을비우려면 먼저 왼쪽이 튼튼해야 한다. 야구·권투·골프등을 할 때도 오른쪽 어깨의 힘을 빼려면먼저 왼쪽을 튼튼히 해두어야 한다.
흔히들 마음을 비운다고 할때도 그렇다. 마음을 충실히 해두지 않은 상태, 곧 마음을 닦아두지 않은 상태서 비운 마음은 가치가 없고 아름답지 않다. 아부요 아첨이요, 굴복일 뿐이다. 벼를 보라.익지 않은 벼는 쭉정이어서 고개를 숙일 수 없지만 알알이 익은 벼는 고개를 숙일 줄 안다. 그러므로 허와 실은 공존한다.
힘빼기나 힘비우기를 가장 잘하는 사람이 바로 도인이나 고승들이다. 예술가로는 만년에 바보산수를 그린 운보 김기창화백과 동심을 그린 장욱진화백이다. 이분들이야말로 허와 실을 공유한 분들이며 알알이 익은 뒤에 고개를 숙이는 벼이삭과 같다.
지금 나라가 어지럽다. 10년전 6월 항쟁때처럼 힘을 비워 제2의 '6·29선언'을 하는 지도자가 기다려진다. 먹물이 붓을 통해 맑게 흐르는 글씨를 쓰는 지도자, 바보산수나 동심을 그리는 지도자가 그리워진다.
〈서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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