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표 권력분산론 제기 왜 했나

입력 1997-06-10 15:29:00

신한국당의 이회창(李會昌)대표 입을 통해 권력분산론이 제기됐다. 현재 세력분포상 선두주자인이대표가 스스로 합종연횡의 길을 열어놓은 것이다. 이는 경선판세를 예상 밖으로 조기에 확정지을 수도 있는'빅카드'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권력분산론은 이홍구(李洪九)고문에 이어 박찬종(朴燦鍾)·이수성(李壽成)고문 등도 이야기했다.이한동(李漢東)·김덕룡(金德龍)의원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 또 더 이상 무소불위의 대통령은 없고 그렇게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시대적 조류도 강하다. 그만큼 실현 가능성이 높다. 당주변에서는 이대표가 다른 주자들 가운데 특히 이홍구고문과 교감을 가진 것으로 보고 있다.9일 이고문은 기자간담회에서 권력분산론의 당차원 공식 논의를 제의했다.

이대표는 현행헌법 체제내의 내각제적 요소를 활용하는 방안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개헌을 상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내용을 요약하면 명문화는 돼 있으나 현실화 돼있지않은 총리의 역할을 강화, 내각의 구성과 운용을 대폭 넘겨 주는 방안이다. 그는 "총리가 소속정당에서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한 팀을 만들어 이들이 내각에 들어와 일하게 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운영에 있어서도 이대표는 국회의장과 원내총무의 경선도 거론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가면 당권이양까지도 고려할 수 있다. 다른 예비주자들을 향해 여러 자리를놓고 제의를 할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그렇다면 이대표의 권력분산론 제의 배경은 무엇인가. 대세장악이 가장 큰배경으로 보인다. 경선전이 치열해지기 전에 지금의 우위를 바탕으로 대세를 장악해 버리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이는반대로 자력으로 경선 1위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사실의 반증일 수도 있다. 선두이긴 하지만 자력승리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아래 타인의 조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만들어낸 궁여지책이라는 평가가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다른 진영의 합종연횡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포석일 수도 있다. 혹시 있을 지도 모를 그런 움직임이 가시화되기 전에 싹을 자르겠다는 의미다. 반이진영의 연합은 1차투표 1위에도 불구하고2차투표 패배를 예고하기 때문이다.

다른 예비주자들의 분석도 대동소이하다. "이미 거론된 것으로 새삼스런 이야기가 아니다"는 반응이다. "내용에는 동의하지만 제의 시점에 문제가 있다"는 반응들이었다. 경선전이 이제 막 시작되는 시점에서 이같은 논의를 한 배경이 타 진영의 김을 빼기위한 전술일 따름이라는 것이다.결국 우후죽순처럼 터져 나오는 권력분산론은 누가 대통령이 되든 어느 선까지는 실현될 수 밖에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선을 바로 눈 앞에 두고 이같은 논의가 활발해질 것이라는 점은 향후 권력구도를 염두에 뒀다기 보다는 경선승리를 위한 합종연횡의 재료로 활용될 것이라는 게 정설이다.

〈李東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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