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철강·전자 등 국가 기간산업의 구조개편이 최대 경제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삼성의 보고서 파문으로 돌출된 정부와 업계의 구조개편에 대한 입장이 일관성을 결여하고 있어 산업정책 수립에 혼선이 우려되고 있다.
자동차 6사 대표가 9일 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서 '우리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한 후가진 기자회견에서 현대자동차 정몽규 회장은 "업계 전체로는 공급과잉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수출시장도 많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내 내수시장은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어 예전과 같은 폭발적인 수요증가는 더이상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수출도 지난달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18.1%% 늘어나는 등 오랜만의 호조를 나타냈지만 이도 엔고 등 외부적 요인에 따른 일시적 효과로 풀이될 수 있는 등 낙관적으로만 보기는 힘들다는 것.
국내 완성차메이커들의 생산계획에 따르면 2천년 업계의 국내외 자동차생산량은 현재의 두배에약간 못 미치는 연간 8백만여대. 이중 국외에서 생산되는 3백만여대를 모두 현지에서 소화한다고해도 국내 5백만여대 중 내수로 소화가능한 2백50만여대를 뺀 나머지는 다시 수출 물량으로 돌려야 한다. 그러나 동남아·중국·구동구권 등 자동차수요가 크게 늘고있는 지역을 감안하더라도 2천년대엔 세계적범위에서도 공급량이 수요를 크게 초과, 수출환경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이런 상황에서 한국자동차공업협회 회장인 현대자동차 정몽규 회장이 자동차공급과잉 자체를 부인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은 삼성의 보고서 때문에 빚어진 발언으로 현실에서 크게 벗어나고 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정부도 산업 구조개편에 대한 일관된 시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문민정부는 4년여전 삼성이승용차부문 참여를 희망했을 때 불과 몇개월 만에 '불가'에서 '승인'으로 입장을 바꿨다. 삼성자동차의 부산 입성과 함께 정치적 결정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정부는 올초에도 삼성의 쌍용자동차인수설이 떠돌면서 출자한도 및 동일인 여신한도 규제 철폐를 흘려 삼성의 쌍용차 인수합병을 지원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다가 여론의 비판에 밀려 철회하기도 했다. 그러다가최근엔 다시 삼성의 보고서와 함께 재경원·통산부 등 정부 부처에서 '삼성 중심의 인위적 구조조정'을 지원한다는 소문이 재계에 떠돌았고 다른 업체들의 반발이 심해지자 정부는 '보고서를본적도 없다'며 사태 봉합에 나섰다.
한편 쌍용자동차나 기아자동차에 대한 인수합병의지를 계속 내비쳐온 삼성도 문제가 부상할 때마다 '기존 사업에도 벅차 인수합병은 생각해본 적도 없다'는 식의 발뺌만 되풀이하며 물밑작업만벌이고 있어 업계의 의혹만 부추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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