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여 경선 그래도 돈봉투인가

입력 1997-06-07 00:00:00

7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신한국당내의 대선(大選) 경선주자들중 일부가 돈봉투를 돌린다는 보도는우리를 당혹케 하기에 충분하다. 한보사태이래 돈 선거의 폐단을 국민모두가 통감하는 판국에 여전히 '지구당을 격려한다'면서 봉투 놀음이라니 정말 이래도 되는것인지 나라의 앞날이 걱정스럽다. 더구나 신한국당내 일부 지구당 위원장 사이에서 대선 후보 자율선택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소식을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던 터수여서 여당내 일부경선 주자들의 혼탁한 선거전양상은 듣기에 더욱 역겹다.

사실상 지금까지 우리의 대선전(大選戰)후보 경선양상은 여야 할것없이 모두가 자당 총재의 의중대로 됐다고 할수 있다. 지구당 위원장들은 막후에서 몫돈을 받거나 정치적인 보장을 받은후 지구당 대의원들을 묶어 일사불란한 단체행동을 강요해 왔었다. 대의원 모두가 지구당 위원장의 심복이기 때문에 표가 이탈될 일이 없지만 행여 이를 의심한 탓인지 전당대회 전날에는 각 지역구별로 숙소에 모여 단체행동으로 시종하면서 '몰표'를 당 총재의 의중대로 던져 온 것이 우리 선거 풍토의 실상이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의 선거풍토는 후보 지명에서부터 총재나 당(黨) 실세의 의중대로 움직여가는 사조직(私組織)의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었지 민주정당으로서의 체제를 갖춘 것은 아니었다. 그런만큼 지구당 위원장이나 당 총재의 일사불란한 표 몰이, 다시말해 '표 강탈'을 거부하고 명실상부한 자유경선을 선언한 일부 여당 위원장들의 자세는 진정한 민주정치 구현이란 측면에서 칭찬받을 만한 것이었다.

주지하다시피 민주정치는 규범의 정치다. 따라서 여당의 경선 과정은 그 자체가 그 나라의 정치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되는 한편으로 정치발전의 지표 역할도 한다고 볼수 있다. 그래서우리는 작금의 국난적 사태속에서도 우리정치가 자유 경선을 통해 새로 태어나기를 고대했던 것인데 또다시 지긋지긋한 봉투놀음이라니 이래서야 선거때문에 나라 망한다는 말이 나오지 말란법도 없을 듯하다. 신한국당의 대선주자들은 요즘 김(金)대통령 마음 잡기와 전당대회를 앞둔 세(勢)불리기 외에는 여념이 없는 듯하다. 정말 이래서는 안된다. 김심(金心)도 세도 중요하겠지만민심은 더욱 중요한 것임을 망각해서는 안될 것임을 재삼 당부한다.

21세기를 열어나갈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정책 제시와 심오한 경륜을 통해 보임으로써 민심 곧 천심(天心)을 얻는것이 급선무임을 깨닫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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