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현철수사, 의혹은 남았다

입력 1997-06-06 00:00:00

한보재수사와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씨 비리사건에 대한 검찰의 4개월에 걸친 수사는 현철씨와 김기섭전(前)안기부차장을 최종 구속기소함으로써 사실상 마무리된 셈이다. 기소장에서 밝혀진 김현철씨의 비리는 동문기업인들로부터 받은 66억1천만원중 32억2천만원은 이권청탁등 대가성이 있어알선수재혐의를, 나머지 33억9천만원은 순수활동비로 밝혀져 탈세혐의를 적용했다. 김기섭씨에겐정황으로봐 안기부정보를 현철씨에게 보고했다는 심증은 가나 물증이 없어 기소대상에서 제외됐고 이성호대호건설사장의 서초케이블TV청탁대가로 받은 1억5천만원에 대한 알선수재혐의만을 적용했다.

결국 이번사건은 한보몸통의 실체가 과연 누구였으며 92년대선자금과의 연계성과 자금의 실체규명이 초점이었으나 결과적으로 이들 핵심사항은 흐지부지된 셈이고 현철씨의 개인비리차원에서끝나 검찰수사의 한계성을 노출했다.

그러나 검찰이 개인비리였든 어떻든간에 현직대통령의 아들을 구속한 것은 '외압'을 이겨낸 상당한 성과로 평가할 수 있고 대선자금문제는 대통령의 포괄적인 입장표명을 이끌어낸 것으로 자위할 수밖에 없다.

또 대선자금에 대해선 김현철씨의 비자금총액 1백86억중 1백20억원은 92년 대선당시 사조직이었던 나라사랑실천본부(나사본)의 활동자금의 남은액수로 추정된다는 검찰의 발표는 우회적으로나마 대선자금의 잔금임을 공식확인해 준 것이다. 뒷날 언젠가 수사를 할수 있는 꼬투리로 여운을남긴 것 자체가 것도 검찰의 입장에선 의미있는 수사결과로 치부될 것 같다. 그러나 국민들 입장에선 의혹은 그대로 남아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

물론 검찰은 당시의 문건이 훼손돼 수사가 더이상 진척될수 없다고 변명하고 있지만 대선자금의잔금이라면 우선 그 총액을 밝혔어야하고 잔금이나마 누가 얼마만큼 줬으며 어디에 썼는지를 밝혔어야 했다. 이보다 훨씬 어려운 두 전직대통령의 비자금까지 소상하게 밝혀낸 검찰의 수사력으로 이를 밝히지 못했다는건 납득하기 어렵다. 따라서 국민들은 검찰이 그 내용을 알고도 정치적파장을 고려해 단지 수사자체를 기피했거나 못밝히는 속사정이 있을 것으로 추정할 수밖에 없다.역시 앞만보고 수사하겠다는 검찰의 당초의지는 결과적으로 또 한번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줬을뿐이다. 대통령의 포괄적 입장표명이 검찰수사에 영향을 줬다는 강한 의혹을 품지 않을 수 없고못밝히는 이유로 검찰이 밝힌 '시대적상황'이란 용어는 뒷날을 기약하자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로들어도 무방할 것 같다. 또 이 부분은 현재의 검찰의 고민을 얘기하는 대목일듯싶다. 또 현철씨의비자금총액중 국가헌납의사를 밝힌 70억을 뺀 나머지 1백20억원의 사용처를 못밝힌 부분도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가는 의혹이다. 이는 자칫 법원의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검찰수사의 미진한 대목이다. 결국 이사건의 본류인 한보의 몸통은 정·관·재계의 합작품이라 했지만 국민들은 청와대쪽을 겨냥하고 있음은 어쩔수 없다. 차기 정권은 현철씨의 국정농단등의 폐해를 교훈으로 삼아야겠지만 '의혹'을 풀어내야하는 무거운 책임을 떠맡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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