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쟁이 말한마디에 95만불

입력 1997-06-04 14:49:00

'거짓말쟁이'라는 말의 값어치는 얼마나 될까. 싱가포르 고등법원의 판결에 따르면 무려 95만달러(한화 약 8억5천만원)라는 엄청난 액수에 달한다.

최근 싱가포르 고등법원은 고촉동 총리를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야당 정치인 탕 리앙 홍에게명예훼손 혐의로 95만달러를 고총리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지난 1월 총선 유세를 벌이면서탕 리앙 홍이 고총리를 비롯한 11명의 여당 정치인을 비방한 혐의로 지불해야 하는 손해배상금은모두 8백7만5천달러(약 72억6천만원).

이같은 법원 판결에 반발, 항소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탕 리앙 홍은 오히려 고총리측이 자신을 '반(反) 기독교적 중국 맹신주의자'로 공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홍콩에 피신중인 그는 단 한푼도 줄수 없다는 입장.

담당판사 차오 힉 틴은 탕 리앙 홍이 외신기자회견 등 여러차례 중상비방을 계속한데다 원고의사회적 신분을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판결이유를 밝혔다.

원고측 변호사 해리 엘리어스는 영국, 호주, 말레이시아 등 전세계적으로 명예훼손에 대한 판결을너무나 관대하게 내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컨대 지난 95년 영국 축구감독 그림 사우니스는 자신을 '인색한 쥐'라고 표현한 미러그룹 신문으로부터 단지 5만달러(약 4천5백만원)를 손해배상금으로 받았다는 것. 지난 84년 싱가포르 야당정치인 소우 키 렝은 당시 리 콴 유 총리를 부패한 범죄인이라고 비방, 25만달러(약 2억2천만원)를 손해배상금으로 지불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어쨌든 이번 사건이 어떻게 결말이 날지 미지수지만, 현지 교민들은 구태의연한 흑색비방이 난무하고 있는 한국 정치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金英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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