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7시에 버스를 타고 학교로 가던 어느날, 나는 자리에서 슬그머니 일어나 앞으로 걸어갔다. "기사님, 죄송하지만 뉴스를 듣거나 아니면 이런 음악은 좀 꺼주시면 좋겠습니다"하고 나는공손하게 나즈막한 소리로 말했다. "뉴스는 뭐 들을꺼 있습니까?"하고 기사는 퉁명스럽게 말하고잠시후 라디오를 껐다. 그래서 내심 고마워하다가 내리면서 "감사합니다"고 인사를 했다.매일 이른 아침에 버스를 타고 학교를 갈 때면 하루중에 그나마 조금 나은 공기속에서 조용히 생각하며 기도하며 하루를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늘 간절하다. 잠시도 쉼없이 들려오는 시끄러운음악소리는 내 귀와 머리를 아침부터 멍하게 만들고 몸과 마음까지 몸살나게 한다.올 2월에 나는 독일을 다녀왔다. 그곳에서 나는 버스나 택시안에서는 물론, 레스토랑이나 상점들,그리고 심지어는 라디오, 카세트, TV등 전자제품 가게에서도 음악소리를 듣지 못했다. 또 몇년전에 도쿄에 갔을 때 복잡한 전철안에서 모두 조용히 책을 읽거나 사색하는 모습이 퍽으나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서울에서 전철을 타고 보면 신문보는 사람 몇몇을 제외하고는 거의가 잠을 자고있다. 더욱이 기차안에서는 옆사람의 어깨를 베개삼아 스스럼없이 코를 골며 잠자는 모습을 보면내가 민망스러워진다.
왜 오늘 우리는 잠시라도 조용히 있질 못할까? 듣지도 보지도 않으면서 왜 종일토록 음악이나TV를 크게 틀어놓고 있을까? 그것은 현대인들이 고독을 싫어하고 고요속에서 자기 내면을 들여다 보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을 바라보고 또한 받아들임이 없이 진정한 자기성장과 자아실현이 가능할까? 참 '쉼'과 '고독'은 바로 이를 위한 전제조건이다.〈수녀·대구효성가톨릭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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