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천안문사태 재평가 가능성

입력 1997-06-03 14:19:00

4일은 중국 천안문 민주화운동 8주년 기념일.

특히 올해는 천안문 유혈진압을 명령했던 최고 지도자 등소평이 지난 2월 사망한데다 홍콩반환(7월1일)을 앞두고 천안문사태의 재평가에 대한 관심이 어느때보다 높아지고 있다.홍콩 주권 반환전에 마지막으로 열리는 이번 기념행사를 최대규모로 치르고 있는 홍콩 민주 인사들은 89년 6·4 사태에 대한 재평가와 민주 개혁을 소리높이 외치고 있다. 4일밤 빅토리아공원에서 절정을 이룰 것으로 보이는 대규모 촛불 시위행진에서도 이같은 요구가 분출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중국 당국은 최근 천안문 민주화운동을 주도한 반체제 인사 4명에 대한 반(反)혁명죄를 취소하고 감형하는 등 이례적인 조치를 취했으나 천안문사태에 대한 재평가나 추모행사는 기대하기 힘든게 사실이다.

올해 중국의 최고 관심은 홍콩 반환과 21세기를 앞두고 강택민 국가주석의 지도체제를 확고히 다지기 위한 당 제15차 전국대표대회(9월말 예정)를 성공적으로 치르는 것.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두가지 주요 행사가 무사히 끝나고 나면 다음 무대는 천안문사태에 대한재평가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문화혁명 등 격동의 현대사에 대한 재평가작업이 계속되고 있는시대적 흐름속에서 천안문사태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얘기다.

'포스트 등소평 시대'를 이끌어가야 하는 강주석에게도 천안문사태는 큰 부담이 아닐수 없다. 그는 천안문 유혈진압을 반대하다 실각한 조자양 당 총서기와 달리 당시 상해시 당서기겸 시장으로북경 동조 시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단호한 조치를 취해 조자양의 자리를 차지했었다.얼마전 강주석은 등소평에 대한 추도사를 통해 천안문사태에 대한 새로운 평가가 가능함을 암시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공개적으로 등소평과 천안문 유혈진압을 관련짓는 것이 금기시돼왔으나 그는 천안문 무력진압이 등소평과 다른 지도층 인사들의 확고한 지지아래 감행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천안문 시위에 대해 '반 혁명적 폭동'이라는 공식 용어 대신 '소요'라고 언급했다.전문가들은 '죽은' 등소평이 천안문사태의 책임을 떠안음으로써 강택민의 '화려한 21세기'가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金英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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