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업계 위상 곤두박질

입력 1997-06-03 14:45:00

"고개숙인 섬유인"

한국의 급속적인 경제성장과 궤를 같이 했던 섬유산업이 불황의 늪에 빠진 가운데 섬유기업의 신용도는 물론 섬유인들의 위상마저 바닥으로 치닫고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섬유업체의 부도행진은 올해도 지속되고 있고 이에따라 월말이면 업계와관련 조합들은 부도공포에 몸을 사리고 있다.

중소직물업체 김모사장은 "은행 등 금융권들이 섬유업체에 대해서는 신규대출을 꺼리고 있으며월말 결제일이 다가오면 사채시장에서도 외면받기 일쑤다"고 말한다. 김사장은 또 "법인명의로 대출을 받기보다는 기업주의 부인이나 친인척 명의로 대출을 받는 것이 손쉬운 편"이라며 한탄한다.

섬유업계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정부도 마찬가지다. 정부부처를 자주 방문하는 섬유단체 관계자와 교수들은 "주관 부처인 통산부에서도 불황때마다 지역섬유업계에서 건의서가 오면 '이번엔 또얼마를 지원해 달라냐'라는 식의 편견을 갖고 있을 정도로 업계에 대한 불신감이 팽배해 있다"고털어 놓는다.

2일 모 섬유단체에 걸려온 전화는 관계자들을 쓴웃음짓게 만들었다.

직물업을 하는 집안과 혼담(婚談)을 주고 받는 사람이 섬유경기가 어려운 만큼 상대 집안이 운영하는 업체의 경영상태를 확인해 보려고 걸려온 전화인데 결과는 부정적이었다.이에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지역의 주종산업이고 수출주력산업인 섬유의 위상이 떨어진 데는 섬유인들의 책임이 크다"며 "구조개선과 함께 섬유산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씻을 수 있는 장기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金敎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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