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악다물기의 성공

입력 1997-05-28 14:12:00

우리는 어렸을 적부터 부모님이나 선생님께로부터 이를 악물고 공부하고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배웠다.

또한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믿고 있다. 절치부심(切齒腐心)이란 고사성어가 있다. 이는 몹시 분하여 이를 갈며 속을 썩인다는 뜻이다. 이 말의 뜻과 이를 악물고 노력한다는 경우를 똑같이 적용할 수는 없으나 아무튼 치아와 관련되는 말이라 오랫동안 기억하고 있다. 치아를 꽉 다물수가없는 경우를 치과에서는 부정교합이라 분류하는데 요즈음엔 아이들뿐만 아니라 청소년이상의 성인인구에서도 철사줄로 이빨 꽁꽁 묶인 채로 치열교정을 받는 경우를 흔히 볼수 있다.원래 치열교정의 의미는 치아가 들쭉날쭉하거나 아래위의 치아가 정확히 맞물리지 않거나 하여기능적으로 악다물기를 회복시켜주는 술식이라 할수 있으나, 지금은 오히려 얼굴의 미모를 가다듬는 성형의 목적이 더 큰 것처럼 일반인들에 인식되고 있다.

그래서 발음도 잘 하고 음식도 잘 씹을 수 있게 기능적으로 치료가 끝났지만 얼굴 모양이 예뻐지지 않았다고 법석을 떠는 경우도 더러 있다.

우리 주변에서는 이를 악물고 피나는 훈련과 사고의 노력 끝에 스포츠계에서나 예술계에서 정상에 우뚝 선 사례를 흔히 볼수 있다. 그분들 모두의 성공철학이 있다면 아마도 남다른 노력일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할 것 없이 일상생활에서도 악다물기를 하고 살고 있다. 오히려 입을 헤 벌리고사는 사람을 한 귀퉁이가 모자란 사람으로 치부 하곤 한다.

그러나 이를 악물고 남보다 한 걸음 먼저 내딛어 누구보다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는 것이나, 길게줄을 서서 기다리는 대열에서 이를 악물고 새치기하거나 뭉그적거리다가 다른 줄을 만들어 제일앞에 서는 것이 성공이라고 할 수 있는가? 오히려 너무 자주 이를 세게 깨물거나 악다무는 버릇은 오히려 귀밑부위의 악관절 장애뿐만 아니라 목뒤와 어깨쪽 근육의 긴장을 초래하게 된다.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이를 악다물고 꼭 필요한 노력을 해야한다는 절박한 심경을 잊고 살아온듯 하다. 이제는 구석구석에서 모두가 이를 악다물고 내가 필요한 일에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면악다물기의 성공은 누구에게나 가능하리라 믿는다.

〈경북대 교수·치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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