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식량지원 타결의미

입력 1997-05-26 14:28:00

남북간 민간차원의 대북식량지원물자 직접 전달을 위한 절차문제와 지원규모가 25일 남·북적십자 대표접촉에서 타결됨에 따라 앞으로 민간차원의 대북지원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특히 이번 북경접촉을 계기로 그동안 사실상 중단됐던 남북직통전화가 재가동되고 4년9개월동안단절됐던 적십자채널이 다시 뚫림에 따라 남북대화 재개 및 관계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것으로 기대된다.

남·북적 양측은 또 지난 84년 북한측의 수재물자지원과 95년 15만t 대북쌀지원에 이어, '한쪽이어려울 경우 다른 한쪽이 돕는다'는 남북간 기본합의서의 정신을 되살리는 좋은 선례를 또하나남기게 됐다.

양측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끝에 직접 전달문제에 대해 합의한 것은 이번 접촉의 타결이 양쪽모두에게 도움이 된다고 의기투합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먼저 북적측은 당면한 심각한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으로 가장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상대는 한국이라는 사실을 재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그동안 적십자회담조차 당국차원의 접촉으로 간주, 일체의 대화와 접촉을 배제해온 점에 비춰볼 때 상당히 진전된 자세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남한당국배제정책'에 대한 조심스런 변화조짐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것.

한적측으로서도 대북지원에 적극 나서려는 민간단체들의 요구와 북한동포들의 식량난을 더이상외면할 수 없었으며, 더욱이 이 기회를 잘 활용할 경우 남북관계개선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다고판단, 적십자 접촉을 먼저 제의하고 쟁점들의 타결에 적극 나섰던 것으로 보인다.이번 접촉에서 주목되는 것은 특히 남북간 최소한의 의사소통을 위한 직통전화를 수시로 사용할수 있도록 길을 열어 놓았다는 점.

또 한적마크가 포장지에 표시되고 지원자가 명시되며 한국에서 생산된 포장지 그대로 북한 주민들에게 지원물자가 건네지게 됐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일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이 점은 직접전달의 의미를 가장 잘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일체의 원산지 표시를 하지 못한 채 쌀15만t이 지원된 95년의 사례에 비춰볼 때 상당한 성과다.특히 한적측은 전체지원총량을 밝히지 않고 단계적 지원방안을 관철시킴에 따라, 북한측이 인공기 강제게양사건, 쌀수송선 억류사건 등과 같은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일 경우 '지원중단' 등의 방법으로 대응할 수 있는 안전판을 마련해 두기도 했다.

그러나 우선 한반도내가 아닌 북경에서 협상이 개최됐다는 점은 무엇보다도 아쉬운 점으로 지적된다. 한적측은 한반도내 회담 개최를 제의해 놓고도 결국 이를 관철시키지 못하고 '예외적 사항'임을 강조하며 북경접촉을 받아들였다.

또 판문점을 통하는 육상 전달통로를 확보하지 못한 점, 물품 인도인수지역에서 자유로운 취재활동을 보장받지 못한 점 등은 84년 수해물자 지원당시와 비교해볼 때 상호주의원칙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역시 아쉬운 대목이다.

뿐만아니라 분배지역 지정기탁제가 수용되지 않고 국제적십자사연맹(IFRC)과 협의해 분배지역을확대하고 한적요원이 배제된 가운데 IFRC 평양대표단을 통해 분배과정을 확인한다는 점 등도 향후 추가지원 문제 논의시 점차적으로 개선돼야할 사항으로 지적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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